숲 공부/나무 이야기

[숲이야기] 나무도 땀을 흘린다

약초2 2013. 2. 28. 09:56

[숲 이야기] 가장 귀중한 파트너 나무

 

나무도 땀을 흘린다

대기에 신선한 산소 공급하고 기온 낮춰주는 역할

 

 

▲ 산소공장인 엽록소

 

사람들은 “생각해보면 우리가 지금 살아있다는 것, 매일 눈을 감았다가 다시 눈을 뜨는 것은 기적이지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은 숨을 쉬기 때문이며, 그때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을 바로 나무의 잎이 만들어낸다. 우리가 매일 새로운 아침을 맞고 일하며 살아가는 게 기적이라면, 나뭇잎이 자체 공장에서 산소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어쩌면 더 큰 기적이 아닐까?

 

나뭇잎이 기적같이 만들어내는 것이 산소이기 때문에, 나뭇잎은 바로 산소 제조공장인 셈이다. 공장 내부의 초록색 엽록소들이 열심히 일한 뒤 생겨난 부산물이 바로 산소다. 그리고 바로 그 노동자들 덕분에 나뭇잎은 초록색을 띤다.

 

매년 1,000억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 삼켜

 

그렇다면 나뭇잎은 오로지 초록색인 엽록소만 가지고 있을까? 사실 나뭇잎은 다양한 색깔을 다 지니고 있다. 가을이면 숲은 여러 가지 색깔의 옷을 갈아입고 나무마다 곱게 단풍이 든다. 단풍이 든다는 것은 바로 이 초록색 엽록소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뭇잎 속에 들어있던 엽록소들이 사라지면 그동안 엽록소 때문에 빛을 보지 못했던 색깔들이 눈을 뜬다. 대부분의 경우 엽록소 대신에 카로틴과 안토시안이라는 색소가 나타나서 우리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단풍을 만든다.

 

나무는 햇빛의 도움을 받아 녹색 화학공장을 가동시키고, 이 공장에서는 나무를 자라게 하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나무의 녹색 화학공장은 자신에게 꼭 필요한 음식을 만들고, 동시에 동물들과 인간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산소도 만들어 준다. 우리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파트너인 셈이다.

 

나무가 다른 식물들과 구분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살고 가장 크게 자란다는 점이다. 그런데 오래 살 수 있고 높이 자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나무만이 만들어내는 셀룰로오스와 리그닌이란 성분 때문이다. 서로 함께 모여 자라기 시작한 나무들은 몇 년이 지나면 그들의 환경을 지속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상황으로 바꾸어가면서 비로소 숲이 된다.

 

숲은 스스로 고유한 미세 기후를 형성한다. 숲은 같은 크기의 호수보다 더 많은 물을 증발시키며, 바람을 차단하고,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간다. 이러한 비옥한 토양은 마치 스펀지처럼 물을 흡수한다.

 

숲은 햇빛을 온화하게 만들고 완전히 다른 삶의 공간을 창조해낸다. 만일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면 지상의 모든 생명의 발달사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나타났을 것이다. 마치 주위에 있는 것은 무엇이든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숲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산화탄소를 대기로부터 흡수해 유기물질을 만들어낸다. 어느 정도를 흡수하는가 하면 매년 1,000억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삼키고 있다. 이 놀라운 일을 바로 우리 주변의 활엽수와 침엽수가 수행해낸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나뭇잎은 매우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주변에 나무들이 많이 자란다는 것은 바로 인간의 호흡과 문명활동으로 인해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므로 대기의 온도를 낮추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무는 잎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내는 일 외에 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인간과 마찬가지로 나무도 필요한 양분을 얻고 자신에게 불필요한 산소를 배출해내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우리가 무언가를 열심히 할 때 이마에 송알송알 땀이 맺힌다. 이처럼 나무도 자신이 필요한 탄수화물을 얻고 산소가 배출되는 과정에서 땀을 흘리는데, 이를 나무의 증산작용이라고 한다.

 

나무가 흘린 땀은 하늘로 올라가서 구름과 비가 되어 다시 땅으로 떨어진다. 이와 같이 나무의 땀이 비로 내리는 과정은 이미 수억 년 전부터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그러나 추운 겨울이 되어 땅이 얼어버리면 나무의 뿌리는 더 이상 땅에서 물을 빨아들이지 못하게 되고, 추운 날씨에 큰 나뭇잎들은 얼어버리게 된다. 때문에 나무들은 겨울이 오기 전에 나뭇잎들을 떨어뜨리게 되고, 다시 봄이 찾아와 땅이 녹으면 나무뿌리는 물과 양분을 빨아들여 새로운 나뭇잎을 만들어낸다.

 

반면 어떤 침엽수들은 겨울이 되어도 잎을 떨어뜨리지 않고 몇 해를 보낸다. 침엽이 추운 겨울을 버틸 수 있는 것은 활엽에 비해 아주 두꺼운 피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침엽은 그 두꺼운 피부 위에 아주 진한 왁스 화장까지 하고 있다. 결국 그러한 이유 때문에 침엽수는 활엽수보다 견고하거나 추운 환경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산소를 들이마시는 지상의 모든 생물들은 식물의 광합성작용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며 살아간다.

 

산소 호흡의 역작용인 광합성이 없었다면 대기 중의 산소가 존재하기나 했을까. 이러한 식물의 광합성을 이끄는 엽록소는, 햇빛을 잡아 빛에너지로 환원하여 식물이 필요로 하는 성분으로 활용한다. 엽록소의 이러한 작용은 결국 이산화탄소와 물을 합성하여 포도당이란 물질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밖에 식물이 필요로 하는 매우 다양한 성분을 생산해낸다.

 

나뭇잎의 엽록소는 햇빛의 특정한 파장을 이용해서 빛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바꾸는 일을 매일 반복한다. 이렇게 빛과 물과 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은 식물들은 매우 복잡한 물질을 계속해서 만들어낸다.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가장 먼저 만들어내는 물질은 탄소와 수소와 산소의 결합물질인 탄수화물이다. 또 탄수화물을 통해 양분을 충분히 저장할 수 있는 전분으로 전환한다.

 

▲ 단풍이 든 잎.

 

식물은 햇빛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빛이 주어지는 한 양분을 계속 만들어내게 된다. 예를 들어, 아주 강한 햇빛을 감당해내기 위해서는 많은 수증기를 증발시켜야 한다. 그렇게 많이 노동하는데 그만큼의 수증기를 증발시키지 못한다면 빛에 의해 나뭇잎이 타버리거나 광합성을 할 수 있는 기관들이 파괴되고 만다.

 

그밖에도 식물은 단백질과 유전물질을 생산해낸다. 단백질과 유전물질은 질소결합물과 인(p)결합물로 이루어진다. 광합성은 어느 특정한 물질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식물에게 필요한 모든 물질을 얻기 위해 이루어지는 작용이다. 인과 질소는 반드시 필요한 성분이지만, 광합성을 통해 규칙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물이나 이산화탄소처럼 다량으로 존재하지도 않는다. 때문에 식물이 단백질을 생산해내는 것은 식물이 당분이나 전분을 생산하는 것보다 매우 어렵고 수고스러운 일이다.

 

우리 몸에 맞는 나무의 방어물질

 

 

▲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

 

만일 광합성을 통해 얻은 물질이 너무 많을 경우, 식물은 그 남는 성분들을 어떻게 할까? 식물들은 필요한 만큼의 양분을 소비한 다음 나머지 양분들을 우선 세포의 벽을 튼튼하게 하는 데 쓰고, 셀룰로오스와 리그닌 같은 성분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물론 그밖에도 자신에게 필요한 성분을 만들어내지만 그 양은 대단히 적다. 그런 소량의 물질들은 외부로부터 침입해올 각종 곤충이나 버섯균 등을 막기 위한 물질을 만들거나 예상치 못한 상처를 치유하는 데 필요한 성분을 만들어낸다.

 

식물이 제공하는 산물이 인간에게는 유익하더라도, 다른 생물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는 경우도 있다. 소나무의 송진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나무는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막을 수 있고 오랫동안 생명을 유지한다. 만일 이런 방어수단이 없다면, 나무가 꽃을 피우는 순간 수많은 곤충들이 나무를 덮쳐 생명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나무의 매우 다양한 성분들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약재로 활용하고 있다. 아스피린이 좋은 예가 되지 않을까? 말라리아를 예방하는 치틴 성분이 나무껍질에서 추출되었다는 사실도 충분히 납득이 간다. 반대로 빨리 자라고 단명하는 식물들은 자신을 보호하는 물질을 생산하는 데 상대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식물들이 자신을 보호하는 물질을 생산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충분한 빛과 물과 온도를 섭취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이 잘 갖춰진 곳으로는 열대우림을 들 수 있다. 열대우림 지역에서 우리는 식물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생산해내는 아주 다양한 보호물질을 찾아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열대우림은 ‘세계의 한약방’이라 할 수 있다.

 

열대우림에서 서식하는 식물들의 성분을 분석해보면, 해마다 큰 차이를 보일 뿐만 아니라 나무에 따라 매우 다른 성분들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나무들은 필요에 따라 성분을 생산해낸다. 예를 들어, 자기 몸의 상당 부분을 동물들의 먹이로 내주게 되어 심한 상처를 받았을 때는 보호물질을 신속하게 만들어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보호물질을 전혀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 비자나무 잎은 수년 동안 푸르다

 

즉, 한 그루의 동일한 나무라 할지라도 상황에 따라 먹을 수 있는 식물이 될 수도 있고 먹을 수 없는 독성을 띤 식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어떤 나무의 경우, 어린 나무가 토끼로부터 나뭇잎이 많이 손상되면 독성이 있는 페놀 성분을 강하게 만들어내서 자신을 보호한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충분히 뒷받침해주고 있다. 그러나 모든 나무가 반드시 주변 환경에 신속하고 왕성하게 저항하지는 않는다. 보호물질을 많이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나무는 병들고 죽어간다.

 

나무들이 필요로 하는 물질은 나뭇잎에서 만들어진다. 그 생산된 물질은 나뭇잎에 머물지 않고 뿌리로부터 흡수된 물과 양분과 함께 혼합되어 위에서 아래로 운반통로를 통해 전달된다. 그러나 뿌리로부터 얻어진 물과 양분이 운반되는 통로와 광합성을 통해 얻어진 성분의 운반통로는 다르다. 뿌리에서 운반된 물질은 나무의 안쪽 차로를 통과하고, 나뭇잎에서 얻어진 물질은 바깥쪽 차로를 달린다. 그러나 이 도로들은 너무 좁고 가늘기 때문에 육안으로 구분하기는 매우 어렵다.

 

많은 작은 생물들, 특히 곤충들이 좋아하는 양분들은 나무껍질 바로 가까이에 있다. 곤충들의 공격을 받으면 나무는 송진 같은 끈적끈적한 물질을 분비해서 곤충의 입을 붙어버리게 만든다든지, 설치류 같은 동물들의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해 그들의 구미에 맞지 않은 맛을 내면서 자신을 보호한다.

 

나무는 동물이나 자연현상에 의해 나뭇잎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 매우 빨리 반응하면서 다시 나뭇잎을 만들어내지만, 나무껍질은 그렇게 되질 못한다. 따라서 껍질이 상했을 때 나무는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이라 볼 수 있다.

 

상록수가 늘 푸른 비밀

 

뾰족한 잎을 만들어내는 대부분의 침엽수는 매년 잎을 버리는 활엽수와는 달리 몇 년 동안 잎을 버리지 않고 광합성을 한다. 주목과 같은 침엽수는 길게는 8년 동안이나 잎이 살아서 활동한다. 그러나 침엽수에는 매년 새로운 잎이 돋아나고 한 번 생긴 침엽은 여러 해 동안 살아 활동하기 때문에 늘 푸르게 보인다. 반면 상록활엽수의 잎은 1년 동안만 활동한다. 그런데 왜 ‘늘 푸른 활엽수’라 부르는 것일까?

 

상록활엽수의 잎은 1년을 살지만 낙엽활엽수는 알고 보면 늦어도 가을이면 생명을 다하고 잎을 떨어뜨린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온대지역 활엽수의 나뭇잎은 1년을 살지 못한다는 의미다. 반면에 상록활엽수의 잎은 생명이 다해 떨어지는 그 순간 새로운 잎이 돋아나오기 때문에 늘 푸르게 보인다. 상록활엽수가 큰 잎을 달고 사계절 활동할 수 있는 이유는 대부분 기후가 온화한 난대지역에서 살기 때문이다. 제주도나 완도, 울릉도 지역은 난대림지역으로 이러한 상록활엽수를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나무로는 동백꽃과 후박나무 등을 들 수 있다.

 

낙엽활엽수는 이른 봄에 잎이 돋아나 가을이면 떨어져 겨울에 광합성을 전혀 하지 않는다. 우리가 이러한 낙엽활엽수들을 많이 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우리나라가 사계절이 분명한 까닭이다.

 

낙엽활엽수인 단풍나무나 참나무류를 유심히 관찰해보면 잎의 앞면과 뒷면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앞면은 뒷면과 달리 따가운 햇볕에 적응되어 있다. 그리고 빗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고 내부의 수분이 지나치게 증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부분 왁스층이 발달되어 있다.

 

반면 잎 뒷면을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작은 구멍인 기공을 관찰할 수 있다. 가스교환을 하는 기공은 마치 커피 열매 모양을 하고 있으며, 그 수가 무수히 많다. 물론 나무의 종류마다 그 수는 다르지만 대체로 1㎠당 1만 개에서 많게는 6만 개 이상이 분포하고 있다. 떡갈나무의 잎 한 장의 평균면적은 15㎠인데, 한 그루가 한 해 동안 무려 5만장을 만들어낸다고 할 때, 그 한 그루에는 도대체 몇 개의 기공이 있을까. 그것은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수 개념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처럼 수없이 많은 나무들이 오늘도 그 무한한 잎의 기공들을 활발하게 움직임으로 인해 우리뿐만 아니라 지상의 모든 생명이 생명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늘 기억해야 할 것이다.

 

남효창 숲연구소 소장 www.ecoedu.net

[월간 산. 2006년 9월호 <P.316~319>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