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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특집 고로쇠 ③ | 저장·관리 및 유통] 수액채취 호스 속 세균이 가장 문제

약초2 2013. 3. 23. 12:51

[테마특집 고로쇠 ③ | 저장·관리 및 유통] 수액채취 호스 속 세균이 가장 문제

글·박정원 부장

 

계절 음료 한계 벗어날 대책도 필요… 지속적으로 마셔야 인체 긍정반응 나타나

 

이른 봄 잔뜩 물이 오른 고로쇠 수액은 여러 모로 인체에 이롭다. 일교차가 클수록 수간압차에 의해 나무줄기에서 철철 뿜어져 나오는 수액은 신기롭기까지 하다. 그 수액은 4대 미네랄이라 불리는 칼슘(Ca)·칼륨(K)·나트륨(Na)·마그네슘(Mg)을 함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골다공증 예방에 면역기능 강화까지 어디 하나 버릴 것 없는 훌륭한 천연 생명수(Bio-water)다.

 

고로쇠 수액은 97%의 물 외에 3%가량이 포도당, 자당, 과당 등 당분과 미네랄이 주성분이다. 미네랄은 4대 미네랄과 불소·망간·철 등과 기타 아미노산, 비타민A·C 등을 함유하고 있다. 97%의 물 외의 3% 고로쇠 성분은 94%가 천연 미네랄로 구성돼 있을 정도로 풍부한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시판하는 대중음료수보다 인체 흡수가 훨씬 빠르고 훨씬 더 이롭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수액 중의 미네랄은 일반 물 중의 미네랄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수액 내의 미네랄은 무기 또는 불활성 미네랄이 아닌 유기나 활성 미네랄의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인체가 흡수하기에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수액은 일반 물의 분자구조보다 훨씬 작은 물분자 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흡수도 빠르고 동시에 배설을 촉진하는 효과도 동시에 얻는다.

 

고로쇠 수액 자체로만 보면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천연 음료가 틀림없다. 하지만 대중화하기엔 아직 몇 가지 한계점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만 해결하면 한국의 천연 음료수에서 한류붐을 타고 세계적인 천연 음료수로까지 발전할 가능성도 분명 있어 보인다.

 

 

▲ 고로쇠 채취 시즌이 되면 일제히 고로쇠나무에 고무호스가 연결돼 수액을 채취한다.

수액을 채취한 호스는 씻기는 하지만 여전히 세균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고로쇠 수액의 문제점은 우선 계절적 한계를 지닌다. ‘봄의 전령사’라는 별명과 같이 이른 봄부터 길어야 50일가량 마실 수 있다. 신체에 긍정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선 수액뿐만 아니라 어떤 음식도 일시적으로 먹어서는 별 효과를 볼 수 없다. 지속적으로 섭취해야 한다. 따라서 수액생산이나 보관 방법에 대한 획기적 개선 없이 연중 마시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연중 마실 수 있는 고로쇠 수액을 개발할 수 있다면 벌써 대기업들이 달려들었을 것이고, 생산량이나 판매액도 엄청나게 늘었을 것이다. 현재 수액과 관련해서 음료개발 특허출원이나 기술개발은 없는 실정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의 박미진 박사는 “모 대기업에서 자작나무수액을 음료수로 개발해 판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천연 고로쇠 수액과는 차이가 있으며, 음료수에 고로쇠 수액 비슷한 향이 나도록 첨가물을 함유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계절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수액 개발연구를 진행 중이며, 머지않아 기능성 음료로 시판될 가능성도 있다. 그 대기업은 국립산림과학원 수액연구개발에 적극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액생산 불과 50여 일…

가공식품 개발 절실

 

계절적 한계를 가진 천연 수액은 기본적으로 인체에 유익한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일시적으로 마시고 신체변화를 가져오는 어떤 음식이나 음료가 없기 때문이다. 2009년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 강하영 박사팀은 실험용 쥐를 통해 6주간 매일 고로쇠 수액을 투입한 결과, 골다공증 개선효과와 면역증진효과를 얻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당시로서는 고로쇠 수액의 효과에 대한 큰 기대를 갖게 했다. 뿐만 아니라 고로쇠 수액시장 규모도 이전보다 훨씬 커지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이 실험은 인간과 비교할 수 없는 실험용 쥐를 통제상태 하에서 지속적으로 고로쇠를 투입해 결과를 얻은 것이지, 사람을 대상으로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아직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은 하지 않은 상태다.

 

당시 실험을 주도했던 강하영 박사도 “실험용 쥐에 6주간 지속적으로 고로쇠를 투입한 결과를 사람에 확대 적용하면 40년간 끊임없이 고로쇠를 마신 결과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쥐의 평균수명과 인간의 수명과 음용방법 등 여러 조건을 비교한 결과를 해석한 것이다. 천연 미네랄 등 고로쇠 수액의 좋은 성분도 지속적으로 섭취가 가능해야 이미 알려진 대로 류마티스, 관절염, 위장병, 신경통, 피부미용 등 긍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음으로 고로쇠 수액의 세균 문제는 채취업자나 이를 관리하는 산림청의 가장 큰 고민거리로 알려져 있다. 세균은 여러 과정에서 수액으로 스며들 수 있다. 나무 줄기에서 나오는 수액을 받는 호스와 그 호스에서 저장고로 연결되는 튜브 속에서, 그리고 저장고에서, 또 저장고에서 시판하는 페트병으로 분류하는 중에 세균이 침투할 수 있다. 이어 유통과정 중에 기온이 상승하거나 오래 보관할 때도 세균이 번식할 수 있다. 거의 모든 과정에서 세균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이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여러 해 사용하는 튜브의 문제다.

 

▲ 1 고로쇠 채취 시즌에 여기저기 널린 호스는 채취 과정의 위생 문제를 제기한다.

2 고로쇠 수액 유출기를 통해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고 있다.

 

2003년 개정된 산림청 수액 관리 지침에 따르면 최대 5년에 한 번씩 튜브를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 역으로 보면 4년까지는 매년 사용하던 호스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첫 해 사용하고 내버려둔 호스를 4년 연속 사용한다면 그 속에는 어떤 미생물들이 서식할까 상상해 보면 끔찍하다. 몇 년 전 수액 채취 전 호스를 검사했을 때 인체 유해한 세균뿐만 아니라 대장균까지 검출돼 충격을 준 적이 있다. 그렇다고 이듬해 사용할 때 호스 속을 깨끗이 세척한다고 호스 속 이물질들이 모두 다 씻겨나갈까? 당연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채취농가 입장에서 보자면 매년 호스를 교체하라고 하면 당연히 타산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수액 채취는 굉장히 비효율적인 생산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광양 백운산 고로쇠약수협회 김태한 회장도 “세균문제가 수액업계의 가장 큰 관건”이라고 밝혔다. 백운산에서는 마을에 공동 정제시설을 설치해서 수액을 정제시켜 세균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만 뭔가 아직 완전한 느낌을 주지 못한다고 말한다.

 

열처리 살균하면 미네랄 성분 변할 수도

 

지난 2009년 한국식품영양학회지에 ‘고로쇠 수액의 저장 중 세균군집 분석’이란 논문이 발표됐다. 이 논문에서 4대 천연 미네랄을 포함한 고로쇠 수액 성분이 열처리 시료와 무처리 시료의 저장 온도에 따른 기간별 총 세균수를 조사했다. 0일차에서 63℃와 73℃로 열처리한 시료에서는 세균이 검출되지 않았다. 열처리 시료와 대조적으로 무처리 시료에서는 먹는 물 수질기준에서 검출되는 세균보다 더 많은 세균이 검출됐다. 또 열처리 과정 중에 수액 성분이 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관련자들은 밝혔다.

 

이어 일반 가정에서의 냉장 보관온도인 4℃에서 저장할 경우 열처리 살균 시료에서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균수는 무처리보다는 적지만 많은 수의 세균이 나왔다. 영하 20℃에서 냉동보관할 경우 보관 30일 후에도 세균의 증식이 관찰되지 않아 고로쇠 수액의 영양요소 등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일반세균의 기간별 증식 속도를 살펴보았을 때 수액은 받자마자 바로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고, 영하 20℃에서 냉동보관하는 방법을 적극 추천했다.

 

남부산림연구소 윤준혁 연구사는 “남원을 포함한 일부 채취농가에서는 수액을 살균처리해서 6개월 정도 보관하는 시설을 마련한 것으로 안다”며 “뿐만 아니라 시럽으로 가공하는 등 세균 침투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2차 가공 제품을 계속 연구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수액 저장할 때도 예전에는 가열하는 방법을 사용했으나, 이는 열처리 중에 성분을 변화시킬 수 있어 지금은 성분 손상 없는 비가열 살균방식으로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와 함께 몇 년간 계속 사용한 호스는 물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환경호르몬 문제도 심각하게 검사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액채취 전 관(管) 청소를 할 때 청관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청관제는 산성 또는 알칼리 계면 활성제로 된 물질이라 물과 만나면 더욱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쉽다. 환경호르몬 생성 우려가 높은 현실인 것이다. 아직 이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알 수 없지만 낙관할 수 없다는 게 수액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계절적 한계나 세균 문제에 이어 소비자들이 믿고 마실 수 있는 품질기준 정립이 시급한 실정이다. 고로쇠 수액은 처음 채취한 물과 나중에 채취한 물의 당 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나중에 채취한 수액을 판매했을 경우 물을 섞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실정이다.

 

2011년 구례에서 고로쇠 수액에 사카린을 섞어 판매한 경우도 첫물과 후물의 성분 차이에 의한 맛이 다른 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에 판매하는 수액의 품질기준, 즉 미네랄 성분 함량표시나 멸균처리, 유통기준 등을 명확히 정해 놓으면 이런 불법 수액은 사라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수액업자들은 “수액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천연 미네랄의 성분은 날씨나 기후조건, 토질에 따라 성분이 들쭉날쭉 할 수 있는데, 그걸 어떻게 정확한 품질기준에 맞출 수 있느냐”고 항변한다. 만약 엄격한 기준을 맞춘다면 수액생산이 현저히 줄어들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수액제품 명확한 품질기준도 없어

 

관할 부처인 산림청도 난처한 입장이다. 명확한 품질기준 정립의 필요성엔 충분히 공감하지만 관리를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입장은 아직 대책이 없다. 수액은 개인이 채취해서 판매하는 경우가 워낙 많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규제하거나 제재할 수단이 현실적으로 없는 실정이다. 역설적으로 1년 내내 생산 판매가 가능하면 관리와 규제도 수월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수액 생산자와 관리자가 모두 방치하고 있으니 품질개선에 대한 열망은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고로쇠나무에 대한 수액채취가 대부분 천연 자생지나 산사면이나 계곡의 식재림에서 이뤄져 인건비와 자재비 등 기본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현재의 생산구조상 대량생산이 절대 이뤄질 수 없는 시스템이다. 이에 따라 국가에서 체계적으로 수액을 생산 관리 및 유통시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농촌에서 일할 수 있는 젊은 사람은 없고 노인들은 무거운 호스를 지고 나르고 할 수 없어 수액 채취 종사자가 점점 줄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지원은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비용은 많이 들고 종사자는 점점 줄고, 웰빙에 따른 시장규모가커지면 소비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비싼 고로쇠 수액을 마셔야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지난 2007년 갤럽에서 ‘고로쇠 수액 채취농가에 대한 조사’ 자료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수액채취에 가장 큰 애로사항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임대료 인하, 실정에 맞는 임대료 산정’ ‘판로 확보’ ‘수액 채취 허가 규제 완화’ ‘수액 홍보’ ‘저장 창고 지원’ ‘보조금 지원’ ‘보급 확대를 위한 가공식품 형태 개발’ ‘수액 성분과 효능 연구’ 등의 순서로 응답했다.

 

이는 국유림에서 수액을 채취하는 농가에서는 임대료와 기본 경비를 제외하면 채산성이 별로 맞지 않다는 사실을 여실히 반증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개별생산에 따른 고충을 토로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러한 개별 소량생산농가는 필수적으로 정부가 개입하거나 지원해서 생산규모와 시설을 확대해야만 한다. 이후 시장규모가 커지면 농가 스스로 기반을 키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립산림과학원 박미진 박사도 “우리 <동의보감>에도 고로쇠 수액이 신장이나 관절염, 뼈에 이로운 물이라고 나온다”며 “막연히 그냥 좋아서 매년 반복적으로 마시기보다는 명확한 근거를 갖고 지속적으로 마시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월간 산 521호 2013.03월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