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낙동정맥 7] 배내재→능동산→가지산→외항리(00.09.17)

약초2 2009. 2. 24. 10:31

 

293번째 산행이야기

낙동정맥 7번째

배내재→능동산→가지산→운문령 →외항리


1.산행날짜: 2000년 9월 16일(토)~17일(일): 무박산행

2.산행날씨: 맑음

3.산행코스: 배내재→능동산→가지산→운문령→외항리

 

4.참가인원: 거인산악회 인원: 37명

                 이구, 권영근, 김경선, 김점수, 김종기, 김종훈, 박계신, 박승철, 박종성, 박지혜,

                 서영구, 김경희, 서진석, 남궁균, 최중찬, 홍창기, 엄덕영, 오혜림, 우무웅, 유성근,

                 유재철, 이군복, 이방원, 이병철, 이보왕, 이석준, 이종환, 장옥분, 조인기, 차기행,

                 차창환, 최영락, 홍장권, 김안선, 박창서, 노창현, 이연숙.


5.산행시간

-05:07 배내재 발(산행시작)

-05:45 능동산 정상(정상은 정맥에서 벗어남)

-06:04 813.2m봉(삼각점)

-06:05 삼각점봉(일출 구경)

-06:20 삼각점봉(No.10)

-06:36 삼거리 이정표(←능동산 3.3km, ↓석남터널 0.4km, 가지산 2.7km→)

-06:40 사거리 이정표(←능동산 3.5km, 가지산 2.5km→)

-07:10 이정표(가지산 1.3km, 쌀바위 2.6km, 석남재 1.2km)

-07:25 1168.8m봉(조망 좋음)

-07:45 가지산(加智山) 정상

-08:07 헬기장

-08:15 쌀바위(이규진 추모비[1993.3.14 立]) 착(아침식사) /   -09:05 발(임도시작)

-09:26 헬기장(지름길 시작)

-09:35 상운산(上雲山 1105m)

-10:02 임도 가로지름

-10:10 임도 만남. 이정표(가지산 4.2km, 석남사 2.0km, 쌀바위 2.9km)

-10:44 보덕사

-11:30 임도 원위치(1시간 20분 정도 과외)

-11:35 운문령(2차로 포장도로. 매점있음)

-12:12 분기점

-12:55 외항리 착(산행종료: 7시간 48분 산행함. 6시간 30분 정도면 산행 가능함)


◆구간:배내고개(735m)--(35분산행/2분휴식)--능동산(983)--(18/8)--813.2봉--(12/3)--814봉--(9/1)--824.8봉--(13/4)--석남고개(750)--(41/30)--1168.8봉--(19/24)--가지산(1240)--(34/11)--1105.8봉--(24/8)--1117봉--(11/9)--1056.5봉--(29/2)--운문령(630)--(10/24)--707봉--(28/5)--894.8봉--(32/4)--와항리921번지방도로(450)


◆총산행 시간 07:30 (배내고개 05:07 ∼ 와항리 12:37)

산 행 시 간 05:15

휴 식 시 간 02:15


◆거리: 배내고개--1.2km--능동산--1.1km--813.2봉--0.8km--814봉--0.6km--824.8봉--1.0km--석남고개--1.7km--1168.8봉--0.6km--가지산--1.2km--1105.8봉--0.7km--1074.3봉--0.7km--1117봉--0.6km--1056.5봉--1.8km--운문령--0.5km--707봉--1.3km--894.8봉--1.7km--와항리

(총정맥거리15.5km)


 

 

 산행지형도

 

 

 

6.산행후기

4333년 9월 16일 흙의날


관심의 집중은 장마철을 방불케 하는 태풍이다. 이름이 사오마이던가. 북동진하여 한반도를 강타 중이다. 내일 즈음엔 한반도를 벗어날 것이므로 낙동정맥의 산행에는 지장이 없다고 한다. 종일 내리던 비의 기세도 약화되어 간다.


지뢰찾기 오락에 탐닉한다. 시간은 어느새 훌쩍. 산행준비는 부랴부랴.


8시 41분. 문을 잠그니 비가 오고 있다. 곧 멈추겠거니, 얼마 맞지도 않겠거니 하면서 버스정류장으로 나간다. 잉? 지난번 수첩이잖아. 다시 집으로 돌아와 이번 구간의 수첩을 챙기고 우산을 들고 나간다.


동대문 주차장에는 차가 4대밖에 없다. 3대는 대간, 한 대는 거인의 우리 차다. 전멸이다. 그래도 대간은 영원하다.


주차장의 가로등 불빛에 빗줄기가 반짝거리는 풍광이 황홀하다.


참으로 오랜만에 장옥분 언니를 만난다. 정맥 길을 가시는 분들도 한 분 두 분 모습을 드러내신다. 김원숙 언니는 오늘도 못나오신다고 한다. 친한 후배의 결혼식이라나... 김경선 이사님께서는 이번 구간에도 지원조로 참여하신다.


홍장권 아저씨와 김원선 언니 때문에 출발이 지연된다. 먼 곳에서 오시니 힘드시리라. 3대의 대간행 버스가 모두 출발하고 거인의 버스만 그 넓은 주차장에 우두커니 서 있다. 10시 14분에 출발한다. 은방울 언니에게 출발했음을 알린다.


서초구민회관에서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박창서 회장님 서영구 아저씨 김경희 아줌마 우무웅 아저씨 은방울 언니 오혜림 언니. 11시를 넘어 신갈에서 이병철 아저씨께서 버스에 오르신다.


망향휴게소. 비가 그쳐 있다. 지난번과는 반대 현상이다. 지난번엔 떠날 때 멀쩡하다가 망향휴게소에 이르니 비가 오더니...


이군복 아저씨는 휴게소에서 꼭 방원이와 국수를 드신다. 버스로 돌아오니 우무웅 아저씨께서 아이스크림을 찾으신다. 다시 편의점으로 달려가 아이스크림을 사 온다.


망향휴게소를 떠나며 잠을 청한다. 감기에 걸린 금방울 언니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잘 다녀올게요...



4333년 9월 17일 해의날


어디에선가 버스가 멈춰선 것 같다. 시계를 보니 3시 7분이다. 계속해서 잠을 자려는데 자꾸 눈을 뜨게 한다. 산행은 5시부터 시작한다고 했는데... 한참이나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들의 왕래가 번잡하다. 4시 27분에야 버스가 움직인다. 화장실에 갔어야 했는데 졸음 때문에 미처 움직일 시간이 없다.


김경희 아줌마로부터 밥을 건네 받는다. 허기가 지는 것 같다. 김밥을 꺼내 나누어 먹는다. 노란 장갑을 챙긴 것 같은데 배낭을 샅샅이 뒤져도 없다. 하는 수 없지. 게으른 만큼 벌을 받을 수밖에.


버스는 4시 59분 배내고개에서 멈춘다. 밖으로 나가니 바람이 세다. 기온은 뚝 떨어져 있다. 15도. 사람들은 옷을 꺼내 입는다. 쟈켓을 챙겨오긴 했지만 배낭 밑바닥에 있는 터라 꺼내고 싶지는 않다. 대장님마저도 쟈켓을 입으신다. 진짜 춥기는 춥나 보다.


5시 7분. 김승기 기사 아저씨께 "다녀오겠습니다!" 인사를 하며 산행이 시작된다. 능동산까지 1.2km. 가 보지 않은 길에 대한 설레임이 달빛 아래에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별도 보인다. 얼마나 오랜만에 보는 하늘의 전경인가... 한 달 내내 우중산행이었는데... 헤드랜턴의 불빛이 달빛에 미약해져버린다. 헤드랜턴을 둘러매면 늘 나는 광부의 딸인 것 같다. 광부가 아니고 왜 광부의 딸처럼 생각될까? 시멘트 도로로 진행하다 산길로 접어든다. 뚜렷한 오르막이다. 무전 상태를 점검하시는 대장님의 교신이 들린다. 모두 양호.


산길에 물이 흘러내린다. 물은 내려오고 우리는 올라간다. 앗! 헬기장이다! 오르막의 경사는 점점 힘들어진다. 태풍으로 인한 비가 휩쓸고 내려갔는지 돌들이 튀어나와 조심스럽다. 뒤를 돌아보니 새까만 구름이 동녘 하늘에 뭉게뭉게 떠 있다. 새까맣다는 색채와 뭉게뭉게라는 의태어가 어울리지는 않지만 새까만 구름도 여명 속에서 바라보니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Y자 갈림길이 나타난다. 오른쪽 길에는 억새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왼쪽을 택하니 양쪽으로 억새들이 자란다. 대장님으로부터 무전이 들린다. 갈림길을 통과할 때 무전을 하라는 것이다.


뒤를 돌아보니 지난번 지나온 정맥의 마루금이 뚜렷한 선으로 공간을 채운다. 갑자기 숲으로 들어선다. Y자 갈림길이 다시 나온다. 양쪽 모두 숲길이다. 왼쪽으로 향하여 오르다 보니 억새밭이 나오면서 다시 넓은 헬기장이 나온다. 하얀 색이 지워진 보도블록이 프로펠러 모양으로 깔려 있다.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쟈켓을 벗는다. 선두는 갈림길에 도착했다고 한다.


가파르게 오르니 갈림길이다. 정맥 길은 오른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남방을 벗고 배낭을 벗어놓는다. 무전기와 사진기와 지도만을 챙기고 직진하니 능동산(983m)이다. 5시 44분. 으와! 10도다. 직진하는 방향에도 뚜렷한 길이 나 있고 표지기도 몇 개 매달려 있다. 삼각점(언양312 1982재설) 위에 어떤 여자가 앉아 있다. 비켜 달라고 하고 사진을 찍는다. 돌탑이 있고 표지석을 배경으로 사람들이 한 차례 사진을 찍는다. 대리석으로 된 표지석에는 해발이 981.3M로 기록되어 있다. 우무웅 아저씨께서 오혜림 언니를 선생님으로 모시며 선생님의 사진을 찍어드리라고 하신다. 하하하! 같이 헤맨 정이 벌써 듬뿍 들었나 보다.


해가 떠오르려고 하고 있다. 옥분 언니는 떠나려고 하지 않는다. 일출을 보고 나서 출발하겠다고 하는 걸 가다가 능선에서 일출을 보자고 한다. 대장님으로부터 무전이 들린다. 능동산에 있는 우리 일행 모두를 데리고 오라고 하신다. 일출을 기다리는 다른 무리들에게 좋은 일출을 보시라는 인사를 남기고 813.2봉까지의 1.1km의 거리를 위해 내려온다.


갈림길로 돌아오니 대장님은 흥에 겨워 하신다. 저 구름은 무슨 모양, 이 구름은 무슨 모양. 이제까지 북서 방향의 마루금이 북동쪽으로 바뀐다. 경사 내리막이 이어진다. 결국에는 엇! 하는 소리와 함께 미끄러진다. 모른 척 해 주면 좋으련만 내가 미끄러질 때는 반드시 은방울 언니가 지척에 있다. 헤헤!


왼쪽 아래로 석남터널을 지나는 24번국도가 보인다. 오르락내리락. 오른쪽 숲을 뚫고 떠오르는 해를 보며 안타까워 한다. 산에 취하고 풍경에 도취된 옥분 언니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6시 10분. 813.2봉의 삼각점(언양450 1982재설)을 확인하니 옥분 언니와 유성근씨가 나타난다. 떠오른 해를 배경 삼아 옥분 언니에게 포즈를 취하라고 하니 사진을 잘 찍지 않으려는 언니가 선선히 멈춰 선다.


814봉을 거쳐 824.8봉까지 1.4km. 봉우리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을 한다. 표지목이나 표지석도 없을 것이고 방향도 계속 북서 방향이므로.


의자 모양으로 가지를 뻗치고 있는 소나무가 자라는 공터에서 조금 왼쪽으로 휘어져 내려간다. 금방 오르막이 시작되고 찢어진 플래카드가 바람에 펄럭인다. 왼쪽으로 사면길이 나 있는데 직진해서 봉우리에 올라보니 삼각점이 있다. 시멘트 한가운데에 +자가 파여 있고 나사못이 박혀 있다. 그 아래 NO.010이라고 새겨져 있다. 이런 삼각점은 어떤 봉우리에 있게 되는 것일까... 이병철 아저씨께 여쭤 봐야지...


직진해 올라간 만큼 다시 왼쪽으로 내려온다. 뚜렷한 숲길을 올라 조그마한 봉우리를 하나 지나니 814봉이다. 6시 25분. 왼쪽에 아까와 같은 삼각점이 있다. 숫자만 10이라고 적혀 있을 뿐 복제품처럼 똑같다.


824.8봉을 지난다. 울퉁불퉁한 능선에 억새들이 자란다. 신발끈이 풀어져 있다. 꽉 졸라매도 어느 시점에 이르면 신발이 헐렁해지는 느낌. 끈을 고쳐 조이는데 대장님이 걸어오신다. 서둘러 내려간다. 오르막 지점에 Y자 갈림길이 보인다. 거인의 표지기는 보이지 않는다. 왼쪽은 사면길 같으니 직진하는 길로 가라고 하면서 대장님께 무전을 보낸다. 오른쪽에 두꺼운 쇠 깃대가 보인다.


대장님은 오른쪽 길로 가라고 하시면서 바로 뒤에 짓궂게 모습을 드러내?킴?. 잉! 김경희 아줌마께서 송편을 꺼내신다. 우와! 떡이다! 맛있게도 냠냠.. 석남터널 위에서 떡을 먹는다. 조금 내려가니 삼거리다. 이정표(↓능동산3.3km/↑가지산정상2.7km/→석남터널0.4km)를 보니 오른쪽 길로 가면 석남터널에 이르게 되어 있다.


왼쪽 길을 택하여 내려가니 6시 52분 석남고개(750m)다. 고개 같지도 않은 곳이다. 그저 평범한 안부와도 같은 곳. 밀양시 산내면과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의 경계를 이루는 곳. 닭의장풀의 파란 꽃이 시들어간다. 좌우에는 길이 여러 갈래로 나 있는데 아주 가팔라 보인다. 탈출로로는 부적당하다고 하더니...


돌탑 뒤에는 포스코에서 세운 이정표가 있다. 복잡하게 적어 놓은 사람의 글씨도 보인다. 능동산 3.5km는 내가 잰 거리와 일치한다. 그러나 가지산 정상까지는 2.5km라고 되어 있다. 1168.8봉까지는 1.7km, 거기에서 가지산까지는 0.6km인데 합쳐도 2.3km. 내가 잰 도상거리와 200m의 오차가 난다. 몇 걸음 더 가니 이정표(→쌀터마을2.2km/↓능동산3.5km/↓석남터널0.6km/↑가지산정상2.5km)가 또 하나 있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쌀터마을이 있나 보다. 지도를 보니 등고선은 조밀하고 이정표의 2.2km와는 달리 더 먼 곳에 '살터'라고 표기된 곳이 있다. 배내고개에서 이어지는 도로가 지나는 마을이다. 그 즈음에 석남사도 보인다. 유성근씨가 내 볼펜을 빌린다. 시간은 지체되고 사람들은 이미 출발하고 있는데...


다시 나 혼자가 되어 있다. 서둘러 오른다. 바위 전망대가 나온다. 오른쪽 아래로 석남사가 눈에 들어온다. 길이 왼쪽으로 휘는 것 같아 방향을 재려고 하니 나침반이 없다. 우앙! 석남고개에서 사진을 찍으며 흘렸나 보다. 돌아간다. 석남고개에는 나침반이 보이지 않는다. 망설이다 계속해서 나침반을 찾으러 돌아간다. 박창서 회장님의 답변에 대장님께서 10분 전 석남고개를 통과했다는 무전이 들린다. 얼마나 돌아가야 할까... 돌아가는 길이 참 낯설게 느껴진다. 내가 이 길을 내려온 게 맞나? 할 정도다. 가도 가도 나침반은 보이지 않는다. 신발끈을 고쳐 매면서 나침반을 흘렸나? 10분을 돌아간 길에도 나침반은 없다. 이제 포기하자. 되돌아가는 길까지 합하면 왕복 20분의 차이가 난다. 게다가 후미가 되고 말았으니...


일행들이 많이 기다릴 것이다. 석남터널 위를 다시 지나고 석남고개를 지나는데 두 번째 이정표 앞에 뭔가 반짝거리는 게 있다. 이런! 아까는 왜 이걸 못봤지? 낙엽 속까지 살폈는데도... 차라리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쓸데없이 왔다갔다 하며 소모한 시간이라도 덜 애석할 텐데... 그래도 마음이 놓이는 걸 어쩌랴...


바위전망대 지점까지 오니 7시 20분이다. 에구에구! 왼쪽으로 휘어지며 나침반을 보니 북서 방향이다. 오르막 길은 넓은데 흙이 쓸려내려 불편하다. 선두 일행은 가지산에 도착했다는 무전이 들린다. 7시 25분이다. 대장님은 쌀바위에 매점이 있으니 거기에서 아침을 먹으라는 명령을 내리신다. 한숨이 깊어진다.


방향은 점점 서쪽으로 기운다. 사람의 소리가 들린다. 낯선 아저씨 두 분이 쉬고 있다. 가파른 오르막 길에는 나뭇가지로 만든 계단 양쪽으로 보호 밧줄이 쳐져 있다. 얼른 일행들을 따라가야 한다는 조급함에 쉴 틈도 없다. 남서 방향으로 오르다 보니 삼거리 갈림길에 이른다. 이정표(→가지산정상1.3km/→쌀바위2.5km/↓석남재1.2km)가 있다. 지도를 보니 왼쪽으로 내려가면 24번국도에 닿는다. 오른쪽으로 휘어진다.


가파르게 오른다. 박창서 회장님마저 가지산에 도착하셨다고 한다. 밧줄이 자주 나온다. 헉헉!


8시 3분. 오른쪽으로 휘어야 할 1168.8봉이다.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다. 김경희 아줌마는 돗자리를 깔기 시작한다. 여기에서 식사를 할 모양이다. 늦은 사연을 얘기한다. 가지산 정상의 일행들이 개미만하게 보인다. 옥분 언니는 밥이 너무 맛있다고 한다. 반찬이 가지각색이다. 유성근씨의 유부초밥은 동생이 싸 준 것이라고 한다. 유재철 아저씨의 밥은 보온도시락에 들어 있다. 밥을 보니 무전을 보내는 것도 잊고 있었는데 식사를 마칠 무렵 대장님으로부터 무전이 들린다. 7명의 일행이 식사 중이라는 답변을 하고 짐을 꾸린다.


8시 27분 가지산을 향하여 걸음을 뗀다. 오랫동안의 멈춤은 체온을 떨어뜨린다. 그동안 반팔만 입고 걸었는데 남방을 걸쳐 입는다. 오르는 길에 왼쪽으로 하산길이 보인다. 지도를 보니 가파르다. 고개를 설레설레!


가지산 등산로 안내문을 지나니 오른쪽에도 하산길이 보인다. 석남사로 이어지는 길이리라. 밧줄이 매달린 바윗길을 오르는데 왼쪽 아래로 헬기장이 보인다. 바위를 터걱터걱 짚으니 마치 터미네이터 같다. 로봇 같은 엉성한 걸음걸이...


8시 46분. 드디어 가지산(1240m) 정상이다. 표지석이 세 개나 있다. 상북 고원산우회에서 세웠다는 까만 대리석에는 상북 울산의 기상은 여기에서 발원되다라고 적혀 있다. 지리산의 표지석을 보는 듯하다. 몇 걸음을 더 가니 돌비석(加智山 / 海拔1240M / 淸道山岳會)이 있고 그 옆 조그만 돌탑 속에 눈에 뜨이지 않을 정도로 조그만 하얀 대리석(가지산)이 박혀 있다. 삼각점(언양11 1998복구)도 있다. 이정표(↑운문산4.2km/←석남재2.5km/→쌀바위1.3km)에는 왼쪽 방향이 운문산(1188m)임을 알려 준다, 북서진하는 길이다. 아랫재를 거쳐 운문산으로 가는 길.


직진 길에도 길이 나 있고 천막으로 된 간이 건물이 망가져 있다. 어느새 9분이나 지나 있다. 밀양시 산내면과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과 청도군 운문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산. 삼면봉? 깔깔깔. 저기는 신불산 간월산 배내봉 능동산... 이쪽 방향은 천황산 재약산... 이러쿵 저러쿵... 장황한 능선을 보고 있자니 뭉클하다. 옥분 언니는 세심하게 경청하며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눈동자를 같은 방향으로 놓는다.


쌀바위가 있는 1105.8봉까지 1.2km. 이정표에는 1.3km라고 되어 있는 쌀바위를 거쳐 1056.5봉까지 북동진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꺾어 내려가는데 안내판이 버려진 듯 있다. 태풍에 날라갔나? 전국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이라고 적혀 있다. 울릉도가 아니고?


대장님 나오세요 대장님! 응답이 없다. 다시 한 번. 대장님! 노창현 선배의 응답이 들린다. 가지산에서 내려가고 있습니다.


조금 내려가다가 모두들 왼쪽 사면길로 가는데 나 혼자서만 직진해 봉우리에 올랐다가 왼쪽으로 내려오니 밧줄이 보인다. 태풍 속에서 살아 남은 천궁이 애처롭게 꽃을 피우고 있다. 다시 한 번 밧줄이 나온다. 한참을 내려가니 오르막인데 바윗길이다. 오르락내리락.


9시 13분. 헬기장이 나온다. 빨간 보도블록 위에 하얀 페인트로 프로펠러가 그려져 있다. 헬기장을 지난다며 무전을 보낸다. 박창서 회장님의 친절한 안내가 들린다. 우회하지 말고 1114봉 상운산을 거쳐 오라고 하신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답은 했지만 지도를 봐도 1114봉도 상운산도 없다. 가 보면 알겠지. 먹어봐야 맛을 알 듯이 가 보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오른쪽으로 석남사행 하산길이 보인다. 넓은 길을 조금은 가파르게 내려간다. 양쪽으로 산죽이 자라나고 있다. 옥분 언니가 물을 먹겠다며 뒤로 쳐진다. 오르막 오른쪽에 역시나 하산길이 다시 보인다. 왼쪽 사면길에 거인의 분홍색 표지기가 보인다. 직진 능선으로 향한다. 바윗길 능선이다. 바위를 몇 번 오른다. 쌀바위려니 했는데 아니다. 자료에 의하면 쌀바위에는 매점이 있으며 석간수가 있다고 했으니... 아직은 쌀바위가 아니다. 느닷없이 김경희 아줌마께서 방향을 궁금해 하신다. 엇! 나침반! 이런! 돌아가려고 하는데 은방울 언니가 윗주머니에서 나침반을 꺼낸다. 마음이 약해서라며...


바위를 내려오니 우회길과 만나면서 오른쪽 바위 아래에 추모비가 있다. 산악인 이규진 추모비라고 적혀 있다. 쌀바위라고 적혀 있을 줄 알았는데... 우회길을 피해 계속 바위 능선을 오른다. 바위 꼭대기에 두 사람이 앉아 있다. 우리 일행은 아니다. 바위 끝 지점 1105.8봉. 9시 31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 바위 아래를 내려다보니 내려갈 수 없다. 다시 돌아와 우회길로 진행하니 넓은 공터가 나온다. 벤치들도 몇 개 보인다. 사람들이 쌀바위라고 부르는 곳인가 보다. 돌비석도 세워져 있다. 2000년 1월 1일에 상북면민이 세운 것이다. 이정표(↓가지산정상1.3km/↑운문령3.5km)를 확인하고 임도로 들어선다. 아무리 둘러봐도 석간수와 간이매점은 보이지 않는다.


1117봉까지 1.4km. 상운산이라는 1114봉은 어디일까... 여전히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한 채 임도로 걸어간다. 옥분 언니의 행방이 묘연해진다. 우리가 바위 능선을 타는 사이 언니는 유성근씨와 유재철 아저씨와 함께 거인 표지기가 달린 왼쪽 사면길을 통해 벌써 우리를 앞질러갔을 것이라고 짐작만 할 뿐이다. 길에는 물이 고여 있고 질척거리는 곳도 있다. 가지산 등산로 안내문을 지나는데 오른쪽으로 능선으로 진행하는 길이 보이지만 임도를 따른다.


오른쪽에 봉우리가 있다. 1074.3봉이다. 어휴! 임도를 버리고 저 능선으로 갔어야 했는데... 후회란 항상 뒤늦게 와서 가슴을 치게 만든다. 이렇게 우회한다면 1105.8봉에서 1117봉까지의 1.4km 거리도 줄어들게 될 텐데... 오른쪽으로 봉우리를 지나고 나서야 능선으로 들어서는 길이 보인다. 나 혼자서 능선으로 진입하며 대장님에게 무전을 보낸다. 언제까지 임도로 가야 하나요? 임도를 따라 운문령까지 가도 되지만 도중에 산길로 진입하는 곳에 거인 표지기가 있으니 표지기를 따르라고 하신다. 표지기는 대장님의 분신이자 대장님 말씀의 구현체이다.


곧 헬기장이 나오면서 임도는 오른쪽으로 휘어가고 직진하는 산길로 접어들어 올라간다. 아무래도 옥분 언니가 걱정이 된다. 일행들을 먼저 보내고 옥분 언니를 기다린다. 옥분 언니! 언니! 메아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5분만 기다려 보자. 5분이 흘러도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다시 배낭을 짊어지고 오른다. 산죽이 잠시 나타나더니 곧 끝이 난다. 오른쪽으로 조금 휘니 삼거리 봉우리다. 오른쪽으로 휘어지니 이제까지의 북동 방향이 거의 동쪽을 향한다. 10시 3분. 상운산이라는 하얀 표지목이 있는 1117봉에 이른다. 표지목에는 고도도 1114M라고 되어 있다. 지도상을 보면 분명 1117봉이다. 상운산악회에서 상운산이라는 이름을 지었나 보다. 호연지기 정신 함양이라는 글자가 한자로 새겨져 있다. 호연지기...


은방울 언니가 사과를 깎는다. 뒤에서 사람 소리가 들린다. 두 사람이 나타난다. 우리의 나머지 세 명 일행에 관해 물으니 임도를 따라갔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우리 일행이 아니다. 임도를 따라간 사람은 검정색 옷을 입은 건 맞는데 두 사람이라고 한다. 쌀바위 정상에 앉아 있었던 두 사람이 분명하다.


지도를보면 이 즈음 어딘가에 귀바위가 있는데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없다. 귀 모양을 닮아서 귀바위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 귀바위라는 이름이 붙었는지도 알 수 없다. 바위 능선이 이어진다. 선두는 운문령을 출발한다고 한다. 우리가 운문령에 도착하려면 거의 40여분 걸어야 할 것이다. 2.4km의 도상거리이므로. 바위 능선을 내려가 오르니 왼쪽에 1056.5봉을 두고 사면길을 걷고 있다. 오른쪽으로 휘어지며 남동 방향을 가리킨다. 반대로 올라오는 산행객에게 옥분 언니의 행방을 물으니 7분 정도 앞서 갔다고 한다. 다행이다. 조그만 공터를 지나니 임도가 나온다. 대장님에게서 무전이 온다.


임도를 가로질러 산길로 내려간다. 지도를 보니 임도가 지그재그로 내려가고 있는 지점이다. 다시 임도가 나오면 임도로 진행하다 오른쪽에 소로가 보이는 지점에서 무전을 보내라는 대장님의 말씀이 이어진다. 곧 다시 임도에 이른다. 대장님에게 다시 한 번 확인을 한다. 오른쪽 소롯길요... 엄덕영 아저씨로부터 무전이 온다. 소롯길이나 임도로 오나 마찬가지라고 하신다. 이제 운문령에 가서 무전을 보내면 될 것이다.


임도를 따라 진행한다. 임도는 마구 휘어진다. 오른쪽에 산길이 보이고 그 너머에 임도가 보인다고 은방울 언니가 소리를 지른다. 그렇다면... 산길로 내려서니 곧 다시 임도다. 임도를 따르다 보니 신발끈이 풀어져 있다.


10시 44분. 임도 삼거리에 이른다. 오른쪽 뒤에서는 산길에서 내려오는 길이 있다. 아마도 두번째 임도에서 임도를 따르지 않고 산길로 진입했더라면 이 지점으로 내려왔을 것이라는 짐작을 해 본다. 이정표(↑석남사2.0km/↓가지산정상4.2km/↓쌀바위2.9km)가 있어 메모를 하고 사진을 찍는다. 앞으로 난 두 임도 중 오른쪽 임도는 석남사로 가는 길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왼쪽 임도로 내려섰다가 산길로 진입했다가 임도를 따라 내려오니 오른쪽 둔덕에 헬기장이 있고 곧 운문령(630m)이다.


10시 54분. 2만5천분의1지도에는 69번지방도로로, 5만분의1지도에는 985번지방도로로 표기되어 있다. 도로의 번호는 누가 어떻게 매기는 것인지 알쏭달쏭이다. 간이음식점들이 산재하고 10여대의 차들이 길가에 주차되어 있다. 산불초소도 보이고 그 위에 산장 같은 집이 보인다. 가지산등산로 안내도가 세워져 있고 청도군 운문면과 울주군 상북면을 알리는 도로이정표가 서로 맞닿아 있다. 가을빛이 따갑다. 20도.


운문령으로 내려오면서 선두의 막걸리 무전에 입맛을 다시기만 하시던 서영구 아저씨께서 운문1호라는 팻말이 달린 간이음식점으로 들어가신다. 서진석 아저씨 일행이 보증금을 내놓으라고 하신다. 없는데요. 히히~ 대장님에게 무전을 보내려고 하는데 엇! 안테나가 없다. 무전 교신이 되지 않는다.


막걸리와 오뎅... 어울리지 않는 상차림이다.


은방울 언니가 소리친다. 우무웅 아저씨다! 간이음식점 밖으로 나가니 정말 우무웅 아저씨께서 털래털래 걸어오신다. 아저씨! 어떻게 된 거에요? 젊은이와 산행하다가 다시 또 다른 길로 빠지셨다고 한다. 이런! 지난번에도 그러시더니 이번에도 또! 역사를 새로이 정립하시려나? 깔깔! 초지일관. 유종의 미. 열받으신 아저씨는 막걸리를 연거푸 드신다. 젊은이는 잘못 내려온 지점으로 돌아갔다고 하신다. 얘기를 들어보니 김종기씨다.


일행들을 먼저 보내고 지도를 챙겨든다. 엉? 나침반도 없어졌잖아! 이런 이런! 기억을 더듬으니 무전기의 안테나는 임도에서 산길로 접어들면서 빠진 것 같고 나침반은 신발끈을 고쳐 매면서 놓친 것 같다. 어쩌면 임도 삼거리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흘렸는 지도 모른다. 돌아갈 수밖에...


임도를 따라 올라가는데 오른쪽 손바닥을 뭔가가 콕! 찌른다. 아얏! 손바닥을 보니 벌이 앉아 있다. 벌이네. 벌이 날아가서야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든다. 손은 금새 부어 오른다. 동생 헌이가 준 약도 오늘은 가지고 오지 못했는데 어떡하지? 민간요법에 근거한 응급처치를 하긴 했지만 불안은 쉽게 잠식되지 않는다.


임도를 따라 올라가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오른손은 얼얼거리고 쑤셔오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가다가는 산행도 마무리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나... 다시 돌아가자. 운문령에서 어떻게든 약을 구해야 한다. 안테나도 나침반도 찾지 못한 상태로 되돌아가려니 발길이 무겁다.


운문령의 간이음식점으로 들어간다. 아줌마, 벌에 쏘였는데요 이 동네 어디에서 약을 구할 수 없을까요? 아줌마 역시 아침에 벌에 쏘인 목의 흔적을 보여주시며 꼬부라진 현대 물파스를 손바닥에 듬뿍 발라주신다. 꾹꾹 누르시는데 아프다고 말할 수도 없다. 신경통 때문에 일부러 벌침을 맞는 사람도 있다고 하신다. 전 신경통도 없는 걸요. 벌 때문에 안테나와 나침반을 포기해야 하다니...


무전도 안될 것이고 방향도 모를 텐데...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산불초소로 걸음을 옮긴다. 김종기씨도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된 걸까? 지금쯤이면 여기를 지나갈 법도 한데... 앞서간 선두 일행들을 좇아 서두른다. 산불초소의 오른쪽 희미한 길을 따라 오르니 산장 같은 건물을 지나 길이 뚜렷하다. 707봉까지 500m다. 나침반도 없고 무전도 안되니 신경이 곤두선다. 894.8봉에서는 오른쪽으로 휘어져 내려가야 하고 조금 진행하다 직진 능선을 버려야 하는데 잘 될까? 능선은 억새로 가득하다.


으악! 풀길 사이로 조그만 도마뱀이 지나간다. 언니! 응답이 들릴 리 만무하다. 한참이나 앞서갔을 텐데... 어떡한다... 발길에 닿는 느낌들이 이상할 때마다 섬뜩해진다. 게다가 벌에 쏘인 손바닥 안의 신경들이 핏기 없는 귀신의 영상을 머리 속에 새긴다.


11시 28분 707봉을 지난다. 894.8봉까지는 1.3km야. 경사 오르막을 올라야 해. 봉우리에 올라서는 주의해야 해. 나침반이 없으니 좌우로 펼쳐지는 능선에까지 세심한 주의가 기울여진다. 풀밭 공터에는 헬기장 흔적이 있다. 조그만 봉우리를 하나 더 지나 안부로 내려가는데 사람의 소리가 들린다. 우리 일행들이 나를 기다리는 것일까?


실망스러운 순간이다. 대 여섯 명의 아저씨들이 술판을 벌이고 있다. 신갈나무들이 듬성듬성 자라며 넓은 숲을 이룬 오르막은 보기만 해도 가파르다. 은치재에서 주치봉으로 오르는 길을 연상시킨다. 마음과 발길이 조급하고 오른손의 통증이 점점 심해지니 숨은 더욱 헐떡거린다. 배낭을 부리고 귤을 꺼낸다. 다시 가파르게 오르니 사면길로 가고 있다. 오른쪽에는 봉우리로 오르는 능선이 있다. 저 능선으로 가서 오른쪽으로 휘어져야 하는데 나침반이 없으니 확인할 길이 없다. 사면길로 우회하다가 봉우리로 가는 길이 있을까? 능선상에는 길도 없는 것 같다. 망설이는 발걸음. 조금 더 사면길로 가파르게 오르니 능선으로 오르는 길로 이어진다.


12시 1분. 894.8봉이다. 배부된 지도에는 994봉으로 되어 있는데 5만과 2만5천 지도에는 분명 894.8봉으로 되어 있다. 등고선을 따져봐도 894.8봉이다. 삼각점은 글자를 읽을 수 없고 풀잎 끄트머리에 거인의 표지기가 달랑거린다. 휴우! 운문령에서 오르는 동안 표지기 하나 볼 수 없었는데... 반가운 표지기. 왼쪽 능선으로도 뚜렷하게 길이 나 있다. 문복산(1013.5m)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와항리까지 1.7km다. 거기에 이르면 약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얼른 내려가야지. 우리 일행들은 이제 산행을 다 마쳤을까?


자그마한 봉우리를 세 개 지나니 경사 내리막이 이어진다. 잠시 뒤 중요한 갈림길이다. 12시 13분. 중요한 갈림길인데 표지기도 제대로 달려 있지 않다. 도 경계를 이루는 직진 능선으로 가면 외항재를 놓칠 뿐더러 물을 건너 고헌산으로 오르게 된다. 왼쪽으로 내려간다. 바위 전망대에 이르니 와항리 전경이 보인다.


조금 더 내려가니 와우! 우리 일행들이다. 노창현 선배도 보이고 그렇게 찾던 옥분 언니도 있다. 대장님은 어디 계시냐고 노창현 선배가 묻는다. 대장님요? 저보다 먼저 가셨잖아요. 아니라고 한다. 대장님은 운문령에서 우리와는 다른 간이음식점에 계셨었나 보다. 1차선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나온다. 오른쪽으로 휘어져 내려가는데 오른쪽에는 소나무가 조림되어 있다. 안테나도 못찾고 나침반도 못찾고 손은 점점 더 부어오르고... 노창현 선배가 웃는다. 도로를 따라 한참을 내려오니 삼거리가 나온다. 오른쪽으로 휘어진다. 시멘트 도로다. 마을길을 지나 다시 삼거리에서 다시 오른쪽을 택하니 다시 아스팔트 도로다. 신동아고속관광버스가 보인다.


12시 37분. 드디어 와항리(450m)에 이른다. 제일 먼저 이군복 아저씨께서 반겨주신다. 산행하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이제서야 보게 된다고 반갑게 말씀하신다. 그러게 말이에요. 버스로 올라가 배낭을 부리고 921번 지방도로로 나선다. 약국 같은 건 보이지도 않는다. 음식점들만 즐비한 거리. 일단은 메모를 하고 사진을 찍는다. 다시 버스로 돌아오는데 이군복 아저씨께서 시원한 거 먹으러 가자고 하신다. 헤헤! 좋지요! 정상휴게소라는 매점에 들어가 파시통통을 고르니 아저씨는 월드콘까지 쥐어주신다. 감사합니다. 의자에 앉아 방원이와 이군복 아저씨와 함께 아이스크림의 맛을 음미한다. 아저씨의 방원 사랑이 지극하다. 방원이는 중3이다. 중3이라면 산행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2회차부터 꾸준히 나오고 있는 걸 보면 기특하다.


손도 씻을 수 없다. 음식점 마당에 이병철 아저씨께서 식사를 마치시고 나와 있다. 식사하셨어요? 늘 군말이 없으신 아저씨다. 식당 안을 살피니 왁자지껄하다. 방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으니 숟가락도 잡을 수 없다. 게다가 지난 주 내내 고기를 먹어서 이제 고기라면 신물이 날 정도인데 고기집이라니... 상큼한 야채 같은 걸 먹고 싶은데 고기를 한 점 먹으니 느끼하다. 된장찌개를 먹는다. 밥에는 밤이 들어 있다. 식당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에게 물파스를 부탁하고 손바닥에 고일 정도로 바른다. 조금 나은 듯하다. 손도 씻지 않고 밥을 먹는다고 은방울 언니가 놀려댄다.


우무웅 아저씨는 동동주를 두 병째 드신다. 대장님과 오혜림 언니도 나타나신다. 대장님은 주는 대로 다 받아서 술을 드신다. 대장님은 누군가에게서 우무웅 아저씨께서 오늘도 헤매셨다는 말씀을 들으셨는지 다음에도 반드시 헤매라고 하신다. 아무나 그렇게 못한다는 것이다. 하하하. 거나한 웃음이 이어진다. 안테나는 여유분이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신다. 나는 대장님께 안테나를 잃어버렸다는 말씀을 드린 적 없는데 이건 또 누구한테서 들으셨지?


2시 10분. 버스가 출발한다. 은방울 언니가 내 손목을 눌러준다. 손목까지 전해지던 통증이 손바닥에서만 머문다. 벌 때문에 이병철 아저씨께 삼각점에 관해 여쭤봐야지 하던 질문도 망각하고 으~~~ 억울하다. 벌에 쏘이지만 않았어도, 약만 챙기고 갔어도 나침반과 안테나를 찾을 수 있었는데...


8시도 안되었는데 집이다. 빨래를 할 수 있을까?

(위의 후기는 거인산악회 총무 고 이연숙님의 글에서 발췌했습니다)

 

 

 

 능동산

 

 

 일출 직전

 

 

 막 해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박창서 회장님과 함께

 

 

가지산 정상

 

 

 

 

 

 

 상운산

 

 

 

 

 

 

 

7.특기사항

①전날까지 태풍의 영향으로 비 옴

②동대문주차장: 차 3대 뿐

③새싹산악회 정기산행 취소

④산행 전 정헌근씨 문병(허리수술. 이대부속병원 712호)

 

⑤답사 산봉우리

No.254 능동산(陵洞山 983m):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 경남 밀양시 산내면 소재

-삼각점, 정상목, 케언, 조망 좋음.


No.255 상운산(上雲山 1105m):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 경북 청도군 운문면 소재

-정상목.

 

⑥지형도: 1/50,000(언양) / 1/25,000(상북·대현)

⑦교통: 신동아고속관광버스(김승기 기사)

-동대문 ∼ 배내고개: 06:45(양재동1분 망향휴게소21분 언양휴게소80분 정차)

-와항리 ∼ 서울(신사동): 04:45(경산휴게소 신탄진휴게소24분 정차)


8.경    비

①산행회비: 40,000

②교통비: 1,100

③합계: 41,100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