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낙동정맥 6] 지경고개→취서산→간월산→배내재(00.09.03)

약초2 2009. 2. 24. 10:02

 

290번째 산행이야기

낙동정맥 6번째

지경고개→취서산→간월산→배내재


1.산행날짜: 2000년 9월 2일(토)~3일(일): 무박산행

2.산행날씨: 하루 종일 비

   출발시서울27도 지내마을27도 취서산장22도 취서산18도 신불산18도 간월재19도 간월산21도 배내봉19도 배내재21도


3.산행코스: 지경고개→취서산→간월산→배내재(16km)

4.참가인원: 거인산악회 31명

                       이구, 권영근, 권홍섭, 김점수, 김종기, 김종훈외1인, 김홍대, 박계신, 박종성,

                       박지혜, 서영구, 김경희, 서진석, 김유선, 최중찬, 엄덕영, 오혜림, 우무웅외1인,

                       유성근, 이군복, 이방원, 이성우, 조인기, 최영락, 박창서, 노창현, 이연숙.


5.산행시간

-03:45 지내마을 착

-04:07 지내마을 발(산행시작)

-07:06 영취산

-11:40 배내재 착(산행종료: 7시간 33분 산행함)


◆구간:지경고개(110m)지내삼거리(160)--(산행95분/휴식16분)--취서산장--(29/12)--취서산(영취산1058.9)--(33/11)--1044.2봉--(5/2)--신불산안부--(15/6)--신불산(1208.9)--(6/23)--1159봉--(16/9)--간월재(950)--(20/57)--간월산(1068.8)--(57/12)--배내봉(964.9)--(19/10)--배내고개(735)


◆총산행 시간 07:33 (지내마을 04:08 ∼ 배내고개 11:41)

산 행 시 간 04:55

휴 식 시 간 02:38


◆거리: 지경고개--4.8km--취서산--2.0km--1044.2봉--1.0km--신불산--0.5km--1159봉--0.9km--간월재--0.8km--간월산--2.8km--배내봉--1.2km--배내고개 (총정맥거리14km)

 

 

 

 산행 지형도

 

 

 우중산행

 

 

 신불산 정상

 

 

 

 

 

 배내봉 정상에서

 

 

 배내봉 정상에서 고 이연숙씨와 함께

 

 

 

6.산행후기

4333년 9월 2일 흙의날


금방울 언니가 발목이 아파서 산행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날씨는 기가 막히게 좋은데… 비가 온다는 소식도 없으니 오랜만에 비 없는 주말을 맞이하고 있나 보다. 저녁 8시 30분. 문을 잠근다.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는 시간이 꽤 된다.


신동아고속버스를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노창현 선배가 어디를 가냐며 놀린다. 버스에 올라 슬리퍼로 갈아 신는다. 시간은 더디기만 하다.


벌초를 하러 가시는 분들이 몇 있어 인원은 조금 줄어든 상태다. 김원숙 언니는 어머님 생신 때문에 불참. 김경선 이사님께서 지원조로 같이 출발하신다고 한다.


서초구민회관에서 박창서 회장님을 비롯하여 여섯 명의 일행이 버스에 오른다. 호들갑을 떨다 보니 눈꺼풀이 무겁게 나를 짓누른다. 휴게소에 언제 도착하는 지를 물으니 금방이라고 한다. 그때까지 참기로 한다. 자다가 도중에 깨면 서글퍼질 것이므로.


망향휴게소.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오늘도 우중산행을 피하지 못할 것 같다. 비가 와서 운전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지만 김승기 아저씨는 심상하게 대답하신다.



4333년 9월 3일 해의날


눈을 뜨니 지내마을이다. 비가 내리고 있다. 빠트리고 온 게 많다. 과도, 손목밴드 그리고 장갑. 에구에구. 비가 오니 장갑은 없는 게 차라리 나을 것이다. 하지만 손목밴드는 있으면 좋은데... 과도야 은방울 언니 과도를 사용하면 될 것이다. 어쩌다 이렇게 산행 준비에 나태해졌는지 반성!


앞에는 모단상회라는 간판을 단 가게가 있고 버스시간표가 적혀 있다. 7시 10분부터 8시 10분까지는 30분 간격으로 버스가 있으나 9시 이후부터 밤 9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버스가 운행되는가 보다. 하지만 종점이 어디인지는 모른다. 정자나무가 있고 지내경로당이 있는 걸로 보아서 지내마을인가 싶다. 대장님께 여쭈니 위쪽 방향으로 통도환타지아가 있다고 하신다. 비는 그칠 줄 모른다.


4시에 시작한다던 산행이 지연되어 8분 후 산행이 시작된다. 금방울 언니는 지금쯤 단잠 속에 있을 것이다. 지경고개에서 취서산까지는 4.8km이지만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지경고개가 아니므로 정확한 거리는 알 수 없다. 삼남목장을 향하여 왼쪽 시멘트 도로를 따라간다. 왼쪽 임도에 취서산 등산로 안내도가 있어 메모를 하려고 멈추니 앞서간 일행들이 과외공부를 끝내고 되돌아오고 있다. 하하하!


왼쪽 임도로 들어서는데 서영구 아저씨께서 뒤쳐지신다. 김경희 아줌마께서 아저씨를 기다려야 한다며 걸음을 멈추신다. 10m도 못떨어진다며 김홍대 아저씨는 농담을 하신다. 배낭옷을 타고 엉덩이로 빗물이 떨어지며 바지를 적신다. 판초의를 입을 걸 그랬나….


삼남목장 정문에서 왼쪽으로 휘어지니 묘2기가 있다. 오른쪽에는 철조망이 있는데 곧 철조망이 끝나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휘어지니 오솔길 같은 넓고 좋은 길이 이어진다. 사거리가 나온다. 모두 오솔길 수준의 길이다. 오른쪽을 택하니 오르막이고 조금씩 오르다 보니 경사도 급해지면서 길은 점점 좁아진다.


빗물이 흘러 미끄러지기 십상인 길을 오르다 보니 임도가 나온다. 지도를 보니 임도를 몇 번은 가로질러야 한다. 왼쪽으로 임도를 따라 오른다. 한참 오르다 보니 사람들이 멈추어 서 있다. 권홍섭 대장님은 빗길이라 위험하니 임도를 따라가라고 하시지만 기왕이면 능선이라며 대부분 왼쪽 철조망 아래를 힘겹게 넘어 가파른 산길로 오른다. 빗줄기 속에서도 방향을 재보니 북서320을 나타낸다. 방원이를 데리고 오신 이군복 아저씨를 비롯한 몇몇 일행들만 임도를 따른다.


가파르게 오르다가 은방울 언니가 찌르륵~ 미끄러져 내린다. 바지는 진흙투성이가 된다. 타산지석! 조심조심 오르니 임도에서 대장님이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으로는 임도가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우무웅 아저씨께서 걸음을 멈추신다. 아저씨는 오르막에서는 진행 속도가 느리니 대장님에게 맡기고 먼저 오른다. 임도를 따라 한참을 오르니 임도는 왼쪽으로 휘어진다. 임도는 점점 넓어지면서 경고문이 철조망에 매달린 곳에 이른다. 철조망 문을 통과하니 임도가 계속 이어진다. 산길이 나타나겠거니 생각했는데 임도가 이어지니 조금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임도를 버리고 오른쪽 산길로 접어드니 가파른 오르막이다. 산행을 시작한 지 1시간 채 못된 5시 6분이다. 지경고개에서 신불산까지 고도가 900m 이상 차이가 나는데다가 지난 주 낙남정간 산행이 취소되어 2주 만에 산행하는 까닭에 이번 주 산행이 아주 힘들 것이라고 각오를 했는데 많이 힘들지는 않다. 그래도 숨이 차오른다. 헥헥거리며 오르니 다시 임도가 나온다. 산길로 힘들게 오르면 임도가 나오기를 몇 번 반복한다.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산길로 접어드는 길은 자칫하다가는 찾지 못하고 헤맬 수도 있을 것 같다. 진입로에서 뒤 일행들을 기다리다 불빛이 보이면 진행하다 보니 전신주가 있는 임도에 이른다. 전신주가 처음으로 나타난다.


임도를 가로질러 산길로 접어들기 전에 바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을 짜 보지만 소용이 없다. 아직 신발로는 물이 들어가지 않은 상태다. 오르막길은 넓지만 가파르다. 전신주가 있는 임도를 세 번 가로지른다. 바위와 돌이 섞인 산길을 오르다 보니 전신주가 나온다. 마지막 임도를 건너 산길에서 전신주를 하나 지나 왼쪽으로 휘는 듯 하더니 시멘트 건물이 나온다.


05:59. 산행 전 공부한 자료를 보면 무선중계소였다가 산불초소로 바뀐 곳인가 보다. 초소치고는 아주 큰 걸… 건물을 돌아가니 앞서 오른 일행들이 있다. 엇! 취서산장이라는 조그만 현판이 있다. 산장이라고? 어느 누구도 산장이 있다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는데 산장이라니… 안으로 들어가니 산장지기가 주전자 안에 있는 영지차를 따뜻하게 한 잔씩 마시고 가라고 한다. 산장지기의 마음씀씀이가 훈훈거린다. 흠뻑 젖어버린 남방을 벗는다. 억새능선이 대부분일 것이기 때문에 잡목으로 팔에 상처도 나지 않을 것이다. 비가 계속되니 차라리 벗는 편이 나을 것이다. 김유선 아줌마께서 자꾸 영지차를 마시라며 바가지를 건네신다. 은방울 언니가 쓰지 않다며 한 몫 거든다. 한 모금 마시니 뒷맛이 너무 쓰다. 으~ 속았다!


6시 5분. 신불산을 향하여 오른다. 산장 뒤로는 큼지막한 바위가 산장을 지키고 있다. 박창서 회장님의 목소리가 무전을 통해 자주 들린다. 나보다 조금 앞서가시는 듯하다. 샘물을 지나기 전 선두가 취서산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왼쪽으로 휘어지니 이정표가 있다. 후미는 취서산장 도착.


박창서 회장님도 돌탑을 지나 취서산에 이르셨다고 한다. 완만하게 올라 취서산이구나 했는데 그저 바위능선일 뿐이다. 비가 와서 지도를 보지 못하고 진행을 하니 방향은 물론이고 위치까지 파악하지 못하게 된다. 한 번 긴장을 풀고 나니 조금이라도 쉬어야 하나 보다. 바위 능선에서 김경희 아줌마의 떡을 먹다 보니 추위가 온몸을 휘감는다. 덜덜덜~ 오래 머무를 수 없다. 바위 능선에서 바라보는 안개 속의 신불평원 모습은 너무나 푸르다.


바윗길 능선을 지나 돌탑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휘어지니 거짓말처럼 취서산(1058.9m) 정상의 표지석이 나온다. 6시 40분. 18도. 동대문주차장에서 맞춘 고도계는 기압 차이 때문인지 1045를 나타낸다. 가랑비가 내린다. 망설이다가 동생 헌이가 생일선물로 사 준 사진기를 과감하게 꺼낸다. 신고식치고는 너무 궂은 날씨다. 이것도 사진기의 운명이라면 할 수 없지. 삼각점까지 모조리 찍는다. 금강계단이 있는 삼보사찰 중의 하나인 통도사는 안개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이름도 많다. 영취산. 대석산. 별칭에 어울리게 정상은 정말 커다란 바위다. 태극기가 바위에 박혀 있는 이상한 표시물이 있다. 저런 태극기를 금정산에서도 봤었는데... 낙동정맥의 산봉우리에는 이런 것들이 있나 보다….


대리석으로 된 표지석에는 해발이 1075M이고 태극기가 그려진 표시물에는 1059m다. 지?동〈? 1058.9라고 되어 있는데 어느 것을 믿어야 할 지 고도계마저도 기압에 따라 오락가락하니 정확한 것을 알 수 없다.


2개의 이정표를 살핀다. 취서산장의 지킴이가 세운 듯한 이정표에는 쓰레기를 되가져가는 진정한 산악인이 되자고 쓰여 있다. 대리석 표지석 뒤의 이정표에는 직진 길에 시살등 8.0km라고 표시되어 있으나 시살등이라는 곳은 지도에 없다. 시살등이 뭐지?


서북쪽으로 재약산과 운문산이 보이고 동쪽으로는 지나 온 원효산까지 보인다고 하나 안개는 원거리 전망을 불가능하게 한다. 취서산장에서 남방을 벗었더니 추워진다. 판초의를 꺼내 입는다. 따뜻하다. 북쪽을 향해 오른쪽으로 휘어진다. 신불평원을 지나 신불산까지 이르는 거리는 3.0km. 신불산이 보인다. 드디어 그렇게 오고 싶었던 영남알프스의 능선들을 밟게 될 것이다. 누우런 억새평원을 이룬 가을이라면 더 할 나위없이 좋으련만... 푸르른 초원을 지나고 있자니 마음빛도 덩달아 푸르러진다.


넓은 길을 내려가다가 오른쪽 억새 밭으로 드니 헬기장에는 풀이 덮여 있다. 프로펠러 모양으로 박힌 보도블록이 몇 개 보일 뿐이다. 오르내리기를 몇 차례. 비가 조금씩 그치는 것 같다. 후미가 취서산에 도착했다는 무전을 들으며 뒤를 돌아보니 취서산 정상의 사람들이 좁쌀만하다. 1044.2봉을 무심히 지나치지 않기 위해 지도를 유심히 살핀다. 7시 24분. 1044.2봉을 지나며 박창서 회장님이 신불산에 도착하셨다는 무전을 듣고 완만하게 억새 능선을 내려가다가 은방울 언니를 세운다. 이런 데서라면 금방울 언니가 멋지게 포즈를 취해야 할 텐데 금방울 언니의 발목은 섭섭한 마음만 우리에게 남겨 두고 있다.


신불산 안부의 사거리를 지난다. 이정표가 있다. 오른쪽으로 가면 가천마을이라고 한다. 0.65km라고 되어 있는 신불산을 향하여 직진길로 오른다. 나뭇가지로 받쳐 만든 계단 길 좌우에는 밧줄이 보호책으로 설치되어 있다. 김경희 아줌마께서 잠시 뒤로 쳐지신다. 그대로 오르니 바윗길에 돌탑이 있다. 곧 신불산이라고 큼지막하게 새겨진 돌 표지석이 나온다. 새천년 새아침에 삼남면민이 세운 것이다. 오른쪽에는 공룡능선으로 이어지는 길이 풀에 덮여 있다. 다음에는 신불산의 공룡능선을 한 번 타보리라 되뇌이면서 왼쪽으로 휘어지니 신불산(1208.9m) 정상이다. 대리석으로 된 조그만 표지석이 있고 돌탑과 표지석 사이에 삼각점(언양24 1989재설)이 있다. 커다란 돌탑은 중간부에서 무너져 있고 그 앞에 이정표와 국방색 시멘트 초소가 있다. 여기에도 취서산에서처럼 태극기가 바위에 박혀 있다.


배낭을 부리니 고구마도 나오고 밥도 나온다. 돗자리를 깔고 비를 맞으며 빗물에 밥을 말아먹는다. 밥은 조금만! 고구마는 가급적 많이! 위의 크기가 무한정이지 않은 게 아쉽기만 하다. 대장님께서 취서산에서 무전을 보내신다. 대장님! 우무웅 아저씨도 같이 계신가요? 누구? 우무웅 아저씨하고 아저씨 여자친구분요! 아저씨는 없고 여자친구분만 계신데! 처음엔 대장님께서 장난을 치시는 줄 알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데 잠시 뒤 대장님으로부터 들려오는 무전은 좀 심각하다.


대장님과 같이 오시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아저씨는 중간 쯤에서 대장님보다 앞서 올라가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저씨의 행방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지셨다는 것인가? 어디에서 잘못된 길로 들어서 길 잃은 양이 되셨나? 핸드폰을 켜고 전화를 하지만 통화권 이탈인지 연결은 되지 않고 핸드폰만 빗물에 젖어든다.


걱정 속에서 500m를 진행하니 1159봉 직전이다. 간월재까지 0.9km. 오른쪽으로 휘어지니 북서 방향의 내리막이다. 하얀 보도블록이 박힌 프로펠러 모양의 헬기장이 풀 속에서 보인다. 바윗길을 내린다. 간월산과 간월재의 사진을 찍고 출발한다.


세 갈래 길이 나온다. 오른쪽 방향으로는 간월산장까지의 2.8km 길이 험로라고 되어 있다. 왼쪽으로 내려간다. 간월재의 고개가 넓게 펼쳐져 있다. 갑자기 길이 넓어지며 자갈이 덮여 있다. 자갈길을 내려가니 대리석 표지석이 있는데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다. 고개가 갸우뚱거린다. 오른쪽 표지판에는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산을 찾는다고 적혀 있다. 자신을 위해서라고….


8시 46분. 간월재(950m)다. 하얀 보도블록의 프로펠러 헬기장이 있다. 김홍대 아저씨께서 트럭 포장마차에서 커피를 주문해 주신다. 김경희 아줌마께서는 바나나를 주신다. 비가 오는데 바나나를 먹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이정표에는 왼쪽 배내골 쪽으로 가면 파래소폭포, 오른쪽 등억리 쪽으로 가면 홍류폭포라고 표시되어 있다. 멀찍기에 산불감시초소가 보인다. 바로 앞 몇 걸음에 보이는 봉우리에는 돌탑과 깃대가 있다. 포장마차의 오뎅을 끓이는 솥 위 뚜껑에 핸드폰을 말린다. 빗물에 젖은 핸드폰에서 자꾸 이상한 소리가 난다. 김홍대 아저씨 핸드폰으로 우무웅 아저씨께 전화를 해 보나 연결이 되지 않는다. 오래도록 쉬고 있으니 추워진다.


0.8km의 간월산을 향해 서둘러 출발을 하는데 대장님으로부터 무전이 들린다. 간월재에서 후미 일행들을 기다리라고 하신다. 대장님은 우무웅 아저씨를 찾아 취서산으로 돌아간다고 하신다. 제발 제발... 돌탑봉에서 일행들을 보내고 돌아온다. 성수 아빠로 통하는 김종훈 아저씨와 아줌마가 제일 먼저 내려오신다. 라면을 시키신다. 아줌마도 제주도 분이라고 하신다. 하하하!


후미 일행들이 하나 둘씩 내려온다. 우무웅 아저씨의 여자친구분은 얼굴이 새파랗다. 어떡하나... 포장마차 주인의 아들이 앉아 있는 지프차로 아줌마를 배내재로 이동시키기로 얘기가 된다. 권홍섭 대장님께서 동행하시겠다고 하나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하신다. 다행이다. 추워서 근육이 얼어붙었다고 하신다. 라면과 오뎅 국물로 일행들의 요기가 끝나갈 무렵 대장님에게서 다시 무전이 온다. 우무웅 아저씨를 취서산에서 만나셨다고 하신다. 이얏호!


온몸이 덜덜 떨린다. 불 가까이 있었지만 거의 한 시간 가까이 간월재에서 비를 맞고 있었던 것이다. 9시 43분. 이빨이 위아래로 부닥치면서 더더덕! 더더덕! 소리를 낸다. 돌탑봉을 내려가니 신불산의 유래가 적힌 안내문이 있다.


신불산(神佛山)은 울주군 상북면 산남면, 양산군 하북면 일대에 걸쳐 있는 해발 1,209m의 위용이 당당한 높은 산입니다. 신불산이 가지고 있는 뜻은 신(神)은 [신성지(神聖地)]라는 뜻이며 불(佛)은 광명을 의미하는 [ ]을 의미합니다. 이 산 주위에 있는 산(山), 간월산(肝月山), 취서산(鷲捿山) 등이 성산(聖山) 내지 신산(神山)의 뜻을 가진 것으로 보아 신불산의 신(神)도 신성한 땅, 신령한 산을 의미하며 불(佛)자가 가지는 그 훈(訓)은 부처를 말하는 것이나 그보다는 불(火), 벌(伐)을 뜻하는 것입니다. 신불산이나 그 앞뒤의 산들의 정상을 가보면 넓은 산상벌(伐一野)을 형성하고 있어 불(火)의 이름이 붙은 것을 이해할 수 있고, 일명 영남알프스라는 명칭으로 산악인들이 즐겨 찾는 산입니다.


간월산 정상을 향하여 오르다 보니 오른쪽에 비석이 보인다. 조인기 아저씨께서는 추모비라고 짐작을 하신다. 확인 차 가보니 고 산악인 윤봉수라고 적힌 추모비다. 왼쪽으로 휘어 오른다. 헬기장을 지나 한참을 걸으니 10시 3분 간월산(1068.8m)이다. 동양나이트에서 바위에 대리석 표지석을 세워 놓았는데 한자로 적혀 있다. 肝月山. 의미를 헤아릴 수 없다. 게다가 해발도 1083m라고 적혀 있다. 조그만 돌탑도 있다. 조인기 아저씨는 어느덧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 배낭을 열어 보니 복숭아가 짖물러져 있다. 버리기도 아까워서 하나를 꺼내 먹는데 김종훈 아저씨 내외가 나타나신다.


배내봉을 향하여 직진길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휘어진다. 2.8km. 배내봉까지만 가면 오늘 산행은 거의 끝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늘 서운하다. 얼마 걸은 것 같지도 않은데 걷다 보면 어느덧 오늘 산행을 마무리해야 할 때가 되는 것이다. 하루하루 지나다 불현듯 돌이켜 보면 어느덧 지긋한 나이에 이르는 것처럼.


내려가다가 천왕산과 재약산과 배내봉과 등억신리 쪽의 사진을 네 장 찍는다. 가끔씩 바위가 박힌 돌길을 내려가다 보니 Y자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을 택하니 진달래 터널이 나온다. 오랜만에 만나는 나무숲이다. 후미가 간월산에 도착했다는 무전이 들린다. 길은 비교적 평탄하다. 왼쪽 아래로 산을 망가뜨리는 임도가 구불구불 이어지고 있다. 억새밭을 지나니 바위 전망대가 나온다. 부산에서 왔다는 산행객을 세 명 만난다. 바윗길이 종종 나타난다. 10시 47분. 오른쪽에 가파른 하산로가 보인다. 등억리로 내려가는 길일 것이리라.


다시 바위 전망대에 선다. 오른쪽에 등억신리가 훤하게 내려다보이고 바로 앞에는 배내봉에서 뻗어 내려가는 능선이 재미있게 펼쳐진다. 지도를 꺼내 살핀다. 금방 오를 줄 알았던 배내봉은 꽤 멀리 있다. 도중에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고 간월산과 신불산을 찍는다. 높다란 바위 위에 오른 조인기 아저씨께서 배내봉은 조금 더 가야 함을 알린다. 평탄하게 오르니 배내봉(964.9m)이다. 11시 12분.


하얀 보도블록의 프로펠러 헬기장이 있고 하얀 표지목이 헬기장의 오른쪽 모서리에 세워져 있다. 966m라고? 지도와 표지석이 일치하는 고도가 없다. 전망이 너무 좋다. 조인기 아저씨는 신불산의 표지석이 보인다고 하신다. 하하하. 눈도 밝으셔.


서로의 사진을 찍어준다. 조인기 아저씨는 배낭에서 자꾸 먹을 것을 꺼내신다. 요구르트도 꺼내고 베지밀도 내미신다. 배부른데 자꾸 물로 배를 출렁거리게 한다. 왼쪽 아래로 울산대 수련원과 69번 지방도로가 보인다. 저 즈음으로 내려갈 것이리라. 1.2km를 내려가면 된다. 천왕 재약 능동 가지산 모두 보이니 흐뭇하다.


10여분이 지나 있다. 30분이면 내려갈 것이라고 하니 조인기 아저씨는 20분만에 내?졀÷微? 하신다. 그러지요 뭐. 약간 왼쪽으로 내려가다가 다시 왼쪽으로 휘어지니 북서 방향이다. 이제부터는 경사도 조금씩 생기기 시작한다. 그동안 거의 평탄하다 싶은 길이었는데... 노창현 선배로부터 무전이 들린다. 이제 곧 내려갑니다. 대장님은 배내봉까지 오려면 30분쯤 걸릴 것이라고 하신다.


샘물이 나온다. 마셔볼까 하다가 그냥 지나친다. 넓어진 길을 내려오니 임도가 나오면서 곧 배내고개(735m)다. 11시 41분. 삼거리다. 시멘트도로가 바로 앞으로 이어지고 다음에 처음으로 오를 능동산 자락도 보인다. 비는 여전히 부슬거린다. 간판이 하도 많아 무엇부터 적어야 할 지 혼란스럽다. 핸드폰은 아예 망가져서 터지질 않는다. 버스에 올라 옷을 갈아입고 가게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우아! 지원조로 참가하신 김경선 이사님께서 언양에서 쇠고기를 사 오셨다는 것이다. 선홍빛을 띤 고기가 너무 곱다.


지질지질! 후라이팬에서 고기가 익어가기가 무섭게 사람들의 입 속으로 사라진다. 먹는 속도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솜씨를 오늘도 여지없이 발휘한다. 서진석 아저씨 손이 바쁘게 움직이지만 내가 낀 무리들의 입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다. 누군가가 페트병에 뱀을 들고 나타난다. 으! 소름이 돋는다. 제발 좀 다른 곳으로 치워주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라지만...


라면이 몇 그릇 등장한다. 맛있어 보이지 않지만 안먹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서 먹을 수밖에 없다. 남길 수는 없으므로. 라면도 먹고 고기도 배불리 먹으니 후미가 걱정이다. 내가 편안해져야 후미가 생각나다니! 자꾸 하산로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지만 나타나지 않는다. 한참만에야 나타난 대장님과 우무웅 아저씨! 오혜림 언니도 끼어 있다. 조인기 아저씨께서는 혜림 언니가 오늘 선두 일행들과 같이 갔다고 했었는데… 우무웅 아저씨랑 길을 잘못 들었던 것이라니….


어쨌든 헤매임이 혼자가 아니라 벗이 있어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핸드폰은 스팀이 나오는 곳에 두고 말린다. 모든 사람들이 식사를 마치니 1시 반이 넘어 있다. 버스는 잠시 멈춰서는 듯 하더니 주유소다.


칠곡휴게소. 대장님은 휴게소에 버스가 정차한 것도 모르시고 잠에 혼곤히 빠져 있다. 거구에 어울리지 않는 평화로운 모습.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잠자는 모습은 늘 평온하다. 아이스크림도 먹고 커피도 먹고….


천안삼거리휴게소를 거친다. 열심히 고기를 구워주셔서 고맙습니다고 서진석 아저씨와 김유선 아줌마께 음료수를 드린다. 종알종알 싸리잎에 은구슬! 종알종알거리던 소리는 콩닥콩닥! 룰루랄라!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위의 후기는 거인산악회 총무 이연숙님[고인] 후기에서 발췌했습니다)


7.특기사항

①우중산행

②답사 산봉우리

No.247 취서산(鷲棲山 1092m): 경남 양산시 하북면 / 울산시 울주군 삼남면, 상북면 소재

-일명 영취산(靈鷲山) 또는 영축산. 정상석, 입간판, 삼각점, 조망 좋음.


No.248 신불산(神佛山 1208.9m): 울산시 울주군 삼남면, 상북면 소재

-정상석 2개, 삼각점, 조망 좋음.


No.249 간월산(肝月山 1083m):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소재

-정상석, 조망 좋음.


No.250 배내봉(966m):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소재

-정상목, 조망 좋음.


③지형도: 1/50,000(양산·언양) / 1/25,000(통도사·상북)

④교통: 신동아고속관광버스(김승기 기사)

-동대문 ∼ 지내마을: 05:43(양재동6분 망향휴게소19분 정차)

-배내고개 ∼ 서울(신사동): 06:19(주유소5분 칠곡휴게소17분 천안삼거리휴게소17분정차)


8.경    비

①산행회비: 40,000

②부식비: 10,000(소고기)

③교통비: 1,450

④합계: 5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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