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낙동정맥 3] 만덕고개→금정산→지경고개→남낙고개(00.07.16)

약초2 2009. 2. 22. 22:30

 

284번째 산행이야기

낙동정맥 3회

만덕고개→금정산→지경고개→남낙고개

 

1.산행날짜: 2000년 7월 15일(토)~16일(일): 무박산행

2.산행코스: 만덕고개→금정산→지경고개→남낙고개

3.산행날씨: 무더움. 시야 좋음.

 

4.참가인원: 거인산악회 참가 30명.

                        이구, 김원숙, 김점수, 김종훈, 김홍대, 나성규, 박계신, 박종성, 박지혜, 서영구,

                        김경희, 서진석, 김유선, 남궁균, 이성국, 최중찬, 홍창기, 엄덕영, 오혜림, 유성근,

                        유재철, 이군복, 이성우, 조유선, 조인기, 최영락, 홍장권, 김안선, 노창현, 이연숙.

 

5.산행시간

◆7월 15일(토)

-22:10 동대문 주차장 발

-23:30 서울 궁내동 톨게이트 발

 

◆7월 16일(일)

-07:00 부산 톨게이트 착, 발(동대문→부산: 8시간 50분 소요[차량증가로 지체])

-07:20 만덕고개 버스정류장 착(시내버스 110, 111, 48번 버스)

-07:28 발(산행시작)

-07:45 만덕고개(1965. 2.6일 개통. 2차로. 약290m) 착

-08:20 매점(왼쪽 능선으로 붙어야 함)

-08:24 사거리

-08:35 제2망루

-08:47 대륙봉 이정표

-09:00 산성고개(포장도로)

-09:10 동문(공중전화)

-09:50 제4망루(모자 분실)

-10:00 원효봉(687m): 삼각점, 이정표

-10:15 북문(약595m) 착: 넓은 공터, 매점, 샘터, 금정산성(사적 215호: 금정구 금성동 소재) 안내판, 승용차 진입가능.

-10:40 발

-11:05 고당봉(姑堂峰 801.5m)

-11:18~11:45 점심식사

-11:48 송전철탑

-12:10 송전철탑

-12:15 샘터

-12:30 분기점(장군봉 갈림길)봉우리(약720m) 착 / -12:37 발

-13:34 계명봉 전(前) 안부 발(휴식 40여분)

-13:55 계명봉

-14:50 지경고개(2차로 도로)

-14:55 경부고속국도(고가보도)

-15:40 낙남고개 착(산행종료: 8시간 12분 산행했는데 7시간 30분 정도면 가능함)

-이후 동래온천(개화장여관)에서 숙박.

 

 

■구간:만덕고개(270m)--(산행21분/1분)--438봉--(16/4)--519봉--(7/0)--548봉--(13/1)--대륙봉(520)--(10/0)--산성고개(390)--(7/0)--동문(425)--(33/15)--제4망루(620)--(14/3)--원효봉(687)--(9/0)--북문(600)--(18/23)--금정산(801.5)--(82/49)--계명봉(601.7)--(32/18)--지경고개(150)--(31/16)--남낙마을(165)

 

◆총산행시간 08:26 (만덕터널 07:28 ∼ 남낙마을도로 15:54)

산 행 시 간 06:16

산 행 휴 식 02:10

 

◆총진입산행 00:19 (만덕터널 07:28 ∼ 만덕고개 07:47)

진 입 산 행 00:17

진 입 휴 식 00:02

 

◆총정맥산행 07:03 (만덕고개 07:47 ∼ 남낙마을도로 15:54)

정 맥 산 행 04:53

정 맥 휴 식 02:10

 

◆비정맥산행 01:04 (548봉08:36 ∼ 상학봉 ∼ 548봉09:40)

 

■거리:만덕고개--1.6km--519봉--0.6km--548봉--1.3km--산성고개--0.4km--동문--0.9km--534봉--0.7km--577봉--1.1km--603.6봉--0.4km--북문--1.2km--금정산--3.7km--계명봉--1.3km--지경고개--1.6km--남낙마을도로 (정맥총거리: 14.8km)

 

 

 

 산행지도

 

 

 산행개념도

 

 

 만덕고개에서 거인산악회 낙동정맥 2차종주대원들과 함께(00.07.16)

 

 

만덕고개(우측으로 도로개통비가 보인다[1965. 2.6일 부산시장 김현옥]) 

 

 

6.산행후기

 

4333년 7월 16일 해의날

 

얼핏 눈을 뜨니 망향휴게소라고 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추풍령휴게소에 선다. 차량의 폭주 때문에 추풍령 휴게소에서 출발한 시각은 4시가 넘어서 있다. 6시에 언양휴게소에 다시 한 번 들른다. 김경희 아줌마께서 정성스럽게 싸 오신 밥알과 멸치를 씹는다. 흥겨움 속에서 날은 훤히 밝아간다.

 

한 정맥의 마루금 밟기를 시작할 시간이 임박해 오고 있다. 시작은 끝이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어느 한 점에서 선을 그으면 그 선은 다른 한 점에서 반드시 끝나게 되어 있다. 또한 그 끝은 새로운 시작을 창출한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다시 겨울로 이어져 봄을 지나면 다시 여름이 된다. 한 사람의 일생이 그러하듯 만물의 이치는 시작과 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낙동강을 왼쪽으로 끼고 있는 낙동정맥의 마루금은 몰운대에서 시작되어 한강 낙동강 오십천의 분수령을 이룬 피재에서 끝난다. 피재에 이르면 진부령에 도착했을 때처럼 허무해질까? 격주로 지나게 될 낙동정맥은 1년이라는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불행하게도 몰운대에서 만덕고개까지는 능선이 훼손되어 의미가 없다는 이유로 만덕고개가 출발점이 되고 있다. 지난번에 몰운대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아쉬운 것도 없다. 몰운대는 육지의 끝이자 바다의 시작이었다.

 

7시 25분 만덕터널에서 내려 산행준비를 끝낸다. 무박산행인데도 많이 늦어진 시각이다. 27도다. 고개를 향하여 오른다. 민가를 1채 지난다. 밥 냄새가 풍요롭다. 새벽이 밝아오는 고개라 해서 새벽고개라고도 한다는 만덕고개(270m)에 이른다. 새벽은 지나가고 동천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다. "여기서부터 북구입니다"라는 도로경계판이 여명의 빛을 받으며 여전히 그 자리에 박혀 있다.

단체 사진을 찍는다. 총 4장이다. 고개마루를 올라선다. 519봉까지 1.9km를 걸어 올라야 한다. 돌길을 오르니 왼쪽에 샘이 보인다. 한 모금 떠 마신다. 망초가 피어 있다. 철 이른 꽃이다. 돌길을 지나 풀길을 오른다. 소나무 전망대가 자리한 438봉을 지나 바윗길을 걷는다. 오늘도 걷는다마는...

 

왼쪽 뒤에는 만덕터널로 가는 길이 보인다. 완만하게 오르다 갈림길에서 오른쪽 사면길을 피하고 왼쪽으로 오른다. 지난번 달아 놓은 표지기가 바람에 산들거린다. 8시 29분. 519봉에서 대장님 일행이 기다리신다. 산성고개까지 1.9km의 길에서 잠시 벗어나 방울 언니들은 내게 아저씨들과 함께 상학봉에 갔다 오라고 몰아세운다. 대장님께서도 그러라고 하신다. 고개를 끄덕끄덕~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어져 가니 이정표가 있는 사거리다. 오른쪽으로 가면 휴정암이라고 한다. 직진하여 조금 가니 548봉. 장승이 쓰러져 있다. 만덕고개에서 쉬엄쉬엄 40여분을 오른 지점이다. 오른쪽으로 가야 정맥길이다. 우리 일행은 정맥길에서 잠시 일탈해야 하는 지점이다.

 

직진하여 상학봉으로 향한다. 비포장 임도를 따라 남문에 도착한다. 성벽을 따라 망미봉으로 오르고 망미봉에서 왼쪽으로 꺾어져 헬기장을 지나 상학봉에 이르니 제1망루가 서 있고 삼각점도 있다. 예상했던 것보다 꽤 많이 소요된 시간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35분 걸린 것이다. 망루에 앉아 잠시 땀을 식히고 되돌아온다. 가파르게 올라간 터여서 내릴 때는 날아오를 것 같다. 대장님은 산성고개에 도착하셨다고 한다. 왼쪽 너머로 산성마을이 보이고 그 위로 산성고개가 보인다. 직진해서 가게 된다면 거리상으로는 얼마 되지 않을 터이지만 왔던 길로 돌아가 제2망루가 서 있는 548봉을 거쳐야 한다. 남문을 거쳐 548봉으로 돌아오니 1시간 4분이 흘러간 시각이다.

 

성벽을 따라 산성고개로 내려간다. 안부에 대륙봉(520m) 이정표가 있는 지점을 통과하니 너른 바위가 나타난다. 사실은 이 지점이 대륙봉이 될 것이다. 에공에공! 볼펜의 뚜껑이 없어져 있다. 어딜 가나 꼭 볼펜이 내 속을 긁어댄다.

 

돌길을 내려가는데 멀리 금정산의 고당봉 바위가 보인다. 대장님으로부터 무전을 받는다. 산성고개 지나 동문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라는 것이다. 지난번에도 동문에서 아이스캐키를 사 먹었었다. 성벽을 따라 경사 내리막이 이어진다. 10시 4분. 산성고개(390m)의 민족통일 대동장승을 보며 고개마루로 곧바로 올라선다. 동문까지는 400m.

 

머리속에 그리는 아이스크림은 허겁지겁 걸음을 재촉한다. 목표가 있다는 것, 한 방향을 향하여 정진할 수 있다는 것. 꽤 괜찮은 것이다. 나만 세 개 먹는다. 10시 11분. 동문(425m)의 안내문을 읽는다. 금성동을 산성마을이라고 하는데 산성마을에는 3개의 마을이 있다고 한다. 공해 중리 죽전이 그것이다. 모두 군대와 관련된 마을이라고 한다.

 

지금부터는 금정산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설치해 놓은 보호줄을 좌우로 끼고 3.1km에 이르는 원효봉까지의 넓은 길을 심심하게 가야 한다. 수영이 가끔씩 내게 눈길을 주며 하얀 꽃의 꼬리를 흔들거린다. 그 유혹에 넘어갈 수 없다. 가야 할 길이 있다.

 

허걱! 또 아이스캐키다. 그냥 지날 수 없는 길. 2개를 사서 하나는 서영구 아저씨께 드린다. 많이 먹다 보니 너무 달착지근해서 자꾸 물을 찾게 된다. 이제는 아이스캐키에 대한 탐욕을 통제해야 할 때다. 몇 번 아이스캐키가 보였지만 두 눈을 질끈 감는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는 격이라니... 억울하기 짝이 없지만 하소연할 데도 없다.

 

석수를 마시고 오르는 길! 왼쪽에 유유한 낙동강의 모습이 시야로 들어온다. 호들갑을 떤다. 저게 바로 낙동강이에요! 우리는 지금 낙동정맥을 걷고 있다는 현실감이 걸음을 부추긴다. 봉우리 바로 밑의 능선길 그것도 아주 잘 닦인 고속도로 같은 길로만 진행을 하니 싱겁기 그지없다. 그러나 낙동강이다. 이 길 내내 왼쪽으로는 낙동강이 나와 같이 할 것이다. 나는 올라가고 강물은 내려온다.

왼쪽으로 휘어지니 내리막이다. 제4망루가 훤히 보인다. 처음에는 북문이라고 착각했던 제4망루. 망루를 향하여 계단을 오른다.

 

10시 59분. 제4망루(620m)를 지난다. 금정산성 안내문이 있다. 망루를 지나니 왼쪽에 고속도로 길을 버리고 오른쪽 의상봉으로 향한다. 산불감시초소를 지난다. 선두는 고당봉이라고 한다. 오른쪽으로 바위 능선이 이어지는데 그 바위의 이름은 무명바위라고 하니 아이러니다. 바위 이름이 무명바위라니... 왼쪽으로 꺾어 돌길을 가파르게 내려가니 그만큼의 가파른 오르막이 기다린다.

 

11시 12분. 부산교육원에서 세운 팻말에는 해발 687m라고 적혀 있고 삼각점(양산25 1882재설)이 있는 지점에 도착한다. 1882년이라고? 우와! 어떤 아저씨가 물을 원하신다. 가는 곳마다 물이 풍부하기 때문에 배낭에서 물을 꺼내 드린다.

 

곧 원효봉이다. 11시 16분. 이정표가 있다. 북문까지 0.7km로 되어 있으나 지도상에서 재어 본 거리는 고작 300m. 바윗길이 조금 있는 내리막은 나무계단으로 변한다. 간이음식점을 지나 오른다. 돌로 만든 계단을 내려가니 북문(600m)이다. 11시 25분. 오른쪽으로 가면 미륵암이고 왼쪽 넓은 길로 가면 금성동이다. 금정산성 안내문은 큼지막하게 서 있다. 여기에도 간이식당들이 자리잡고 있다. 직진하여 조금 가니 수도꼭지가 앞뒤로 세 개씩 달린 세심정에 이른다. 마음을 씻고 싶지만 그러기에 내 마음은 너무 불결하지 않은가... 왼쪽에 금정산장이 있다. 얼마 안되는 예산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시설이 형편없다는 곳이다. 물을 받고 나무 아래에서 휴식을 취한다. 김홍대 아저씨께서 잠시 눈을 붙이신다. 김경희 아줌마는 떡을 꺼내신다. 냠냠...

 

11시 46분. 출발이다. 미륵사갈림길에 이르니 해발 665m를 알리는 팻말이 있다. 고당봉 안내문을 읽으니 하늘에서 천신인 고모할머니가 내려와 산신이 되었다 하여 그 이름이 유래하였다고 한다. 남쪽 산허리에 고당샘이 있다니... 동쪽 능선 허리에는 범천의 금어가 오색구름을 타고 내려와 살았다는 금샘이 있어 금정산과 범어사라는 이름의 연원이 된다고 한다. 직경 70cm 깊이20cm의 금샘 옆에는 박정희 바위가 있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는데 79년 10·26때 벼락치는 소리와 함께 두 쪽이 났다고 한다.

 

팻말과 안내문이 있는 쪽인 오른쪽으로 돌계단을 오른다. 안내문을 두 번 지나니 후미가 고당봉에 도착했다는 무전이 들린다.

고당샘을 지나 휴식년제 안내문이 있는 세 갈래 길에 이른다. 왼쪽으로 가면 미륵사로 가는 길일 것 같다. 오른쪽으로 휘어진다. 암릉을 올라 고모당에서 사진을 찍는데 바위 위에서 대장님께서 수고했다는 말씀을 하신다. 12시 6분. 금정산 고당봉(801.5m) 정상에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청정하다. 돌비석 뒷면에는 "돌우물 금빛고기 옛전설 따라 금정산 산머리로 올라왔더니 눈앞이 아득하다 태평양물결 큰포부 가슴속에 꿈틀거린다. 鷺山 李殷相 짓고 東洲 李英相 쓰고 金井區廳長 세움"이라고 적혀 있다. 한참을 기다리던 언니들이 사진을 찍어준다. 돌비석에서 왼쪽으로 몇 걸음 가면 바위 위에 박힌 삼각점에 태극기가 그려져 있는 게 보인다.

 

앞으로 가야 할 능선을 바라본다. 지난번 어두워져 보지 못했던 낙동정맥의 마루금이 눈앞에 훤하다. 장군봉 못미처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휘어져 내려야 하는 능선에서 계명봉으로 이어지는 곳까지 모두 보인다. 계명봉까지는 3.7km.

 

대장님께서 주신 팥도너츠만 먹고 가산리마애여래입상을 보겠다며 12시 19분 출발한다. 밧줄 내리막을 내려가면서 시간이 조금 지체된다. 지팡이를 바위 아래로 던져놓고 한 사람씩 차례대로 내려간다. 대장님께 후미를 두고 먼저 출발한다며 인사를 드렸는데 어느덧 뒤따라오신다. 철조망과 철탑이 있는 사거리에 이르니 넓은 길이 범어사 쪽으로 나 있다. 직진한다. 뒤를 돌아보니 어? 대장님은 범어사쪽 길로 터벅터벅 걸어가신다.

 

왼쪽에 낙동강이 흘러 내린다. 철탑과 초소를 지나 오르니 바위 봉우리이다. 오른쪽으로 휘어져 완만하게 진행한다. 산죽이 조금씩 있다. 철조망을 건너니 가산리 마애여래입상 갈림길이다. 12시 33분. 모두들 배낭을 부린다. 김경희 아줌마는 배낭 지킴이를 자처하신다. 높이 12m, 폭 2.5m, 법주사의 마애여래입상에 버금가는 통일신라시대의 작품으로 추정할 뿐 확실히 밝혀진 것은 없다. 마애여래입상을 향해 내려가다 보니 우리 일행들이 올라온다. 다행이다. 우리만 이 입상을 보고싶어 했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은 나를 뿌듯하게 한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들.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마애여래입상의 음각은 아주 희미하다. 사진이 제대로 찍힐 지 의문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꽤 높다. 물맛이 좋다길래 조금 더 내려가 물을 떠먹는다. 예불하러 온 사람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인다. 더위에 지친 목을 축이니 한결 낫다. 다시 갈림길로 돌아온다. 어느새 18분이 지나 있다.

 

거의 편평한 길을 걸으니 소풍을 온 것 같다. 룰루랄라! 이제서야 산길을 걷는 기분이다. 잣나무 숲을 지나 소나무 숲을 향해 내려간다. 아주 완만한 북동 방향의 길을 오르다 내려가는 길에 Y자 갈림길을 만난다. 지난번 시간을 많이 허비한 곳이다. 왼쪽으로 갔다가 오른쪽으로 갔다가 그러기를 몇 번... 결국은 왼쪽 길을 택했었는데... 빗물이 흐르는 것인지 계곡물이 흐르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어 헤매고 헤매었으나 결론은 왼쪽 길이었는데... 당시에는 표지기도 없었는데 내가 달아 놓았던 표지기가 보인다.

 

역시나 골 비슷한 곳에 물 흐름이 고요하다. 철탑을 지나니 넓은 소롯길이 이어진다. 길은 좁아지면서 물이 내려오는 길을 따라 오른다. 조금 오르니 샘이 있는데 그전보다는 훨씬 더 많은 양이 철철 넘쳐흐르고 있다. 이번 구간에서 물을 보충할 수 있는 마지막 지점인 셈이다.

 

Y자 갈림길에서 오른쪽을 택한 후 곧 다시 왼쪽으로 팍 꺾어져 오른다. 약간 가파르게 오르니 초원지대의 오르막이 시작된다. 엉겅퀴가 보라색으로 꽃을 피운다. 시선은 왼쪽을 피할 수 없다. 도도한 낙동강은 무심히 이어질 뿐이다. 따가운 햇빛도 낙동강의 면모에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드디어 봉우리에 이른다. 13시 27분. 왼쪽에 장군봉(746.6m)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휘어지기 전에 편안한 마음으로 과일을 깎는다. 그늘이라곤 없다.

 

계명봉을 향하여 가파르게 내려가는데 우리 일행들이 나무 그늘을 찾아 식사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언제 봐도 흡족한 풍경이다. 나침반을 보니 동남 방향이다. 이리저리 휘어지면서 내려가니 임도가 나온다. 오른쪽으로 꺾어져 가파르게 임도를 내려간다. 왼쪽 산길로 접어들어야 하는 지점. 내리막에서 조금 느린 서영구 아저씨와 김경희 아줌마를 기다린다. 선두는 계명봉에 도착해 있다.

 

거의 동쪽을 향한 정맥의 마루금을 따라 내려간다. 먼저 출발했던 언니들이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 아래로 임도가 따른다. 이제 다시 직진하는 가파른 오르막으로 진행해야 할 때다. 주변에 있는 일행들에게 각오를 새롭게 다지도록 한다.

 

동남 방향의 계명봉까지 가파르고 가파른 길. 쉬엄쉬엄 오른다. 지팡이는 사용하지 않는다. 허리를 굽히고 무조건 앞으로 서서히 발을 내딛는다. 나무에 기대어 잠시 헐떡이는 숨을 진정시키기도 하지만 가파른 오르막은 언제나 힘들다. 왼쪽으로 휘어졌다가 오른쪽으로 휘어져도 경사는 여전하다. 금방울 언니는 계속 뒤로 밀린다. 뒤를 돌아보며 언니들을 기다리는 핑계로 목까지 차 오르는 숨을 토닥거린다.

 

14시 17분. 계명봉(601.7m) 돌탑에 오른다. 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대장님이 돌탑 옆에 앉아 계신다. 어떻게 된 일이에요? 범어사 쪽으로 가셨잖아요!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고개를 갸웃거려 봐도 어떻게 해서 대장님이 우리보다 먼저 계명봉에 도착하셨는지 알 길이 없다. 대장님은 분명 금정산에서 바윗길을 내려오신 후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범어사 행으로 수건을 날리며 가셨는데...

이번에도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삼각점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직진 방향의 길이 아주 뚜렷하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오른쪽 아래로 범어사의 전경이 뚜렷하게 박힌다. 남아 있는 간식거리를 처분하니 즐겁기만 하다.

 

14시 34분. 표지기가 무당집처럼 매달린 북동 방향의 왼쪽으로 내려선다. 지경고개까지 1.3km의 길이다. 가파른 내리막에는 갈림길이 자주 나타난다. 산판길을 만나면서 후미 일행이 계명봉에서 출발했다는 무전이 들린다. 산판길을 버리고 오른쪽 산길로 접어든다. 또 갈림길이다. 누군가가 오른쪽으로 가고 있다. 왼쪽이에요!

 

왼쪽 길로 들어서니 초원지대를 이룬 곳이다. 오른쪽으로 꺾어 내려가니 아주 굵은 대나무가 길을 지키고 서 있다. 묘가 있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꺾어 우왕좌왕하다가 2차선으로 포장된 1077번 지방도로로 내려선다. 15시 7분. 부산과 양산의 경계를 이루는 지경고개(150m). 지난번에 산행을 마무리했던 곳. 이번에는 조금 더 진행해야 하는 곳.

 

1.6km를 더 가야 산행을 끝낼 수 있다. 시멘트 도로로 접근한다. 뒤를 돌아보니 대장님이 따라오신다. 발목까지 차 오를 정도로 물이 흥건한 경부선 육교를 지나면서 사진을 찍는다. 바로 앞으로는 부산골프장이 있다. 골프장을 오른쪽에 끼고 왼쪽 산길로 접어든다. 오른쪽에 13번 홀이 보인다. 왼쪽에는 도로가 보인다. 대나무 숲을 지나 오른쪽으로 꺾으니 산길은 희미하게 흔적만 있을 뿐이다. 얼마 안되는 거리인데다가 지도의 등고선을 보아도 가파른 곳은 없는데 오르막이 조금 힘겨워진다. 너무 얕잡아 본 것에 대한 형벌일까?

 

묘가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휘어 오르니 갑자기 길은 넓어지고 왼쪽에 시멘트벽으로 둘러쳐진 묘가 있다. 계속해서 오르니 편평한 공터에 이른다. 헬기장일 것 같은데 보도블록 하나 보이지 않고 갈고리 모양의 플라스틱 통만 세 개 보인다. 직진해서 오르니 안테나가 있다. 점점 더 경사는 심해져간다. 큰 바위를 만나 오르니 소나무가 있는 전망대다. 나무 사이로 도로가 보인다. 모두들 방심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경사를 오른 터라 쉬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지도에 표시된 고도와 제공된 정보의 고도와 고도계의 수치가 일치하는 게 전혀 없다. 어떤 것을 믿어야 할 지...

 

봉우리를 지나서도 경사 오르막은 계속되고 바위를 오르고 나니 내리막이 시작된다. 쇠로 된 구조물이 있다. 북동 방향의 내리막은 왼쪽으로 휘어지면서 가팔라지고 북서 방향으로 바뀐다. 초원지대가 나온다. 주황색 원추리가 풀숲에서 솟아나고 있다. 멀리 아래로 정차된 우리 버스가 보인다. 어디로 내려서야 할 지 잠시 탐색하는 사이 버스에서 누군가 손을 흔든다. 노창현 선배일 것이다. 무전을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는 감나무 과수원을 관통하라고 한다. 지시대로 따르니 좁은 소롯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내려오다 오른쪽으로 휘어져 진행하니 시멘트 길이다.

 

험악한 말들이 오간다. 우리가 내려오는 것을 지켜본 과수원 주인과의 한판 말다툼이 이어지는데 길을 못 찾아서 그랬다는 궁색한 변명도 묵살되고 만다. 시멘트 도로를 따라 내려오니 드디어 오늘 산행의 종점이다. 15시 54분. 5시간이 넘는 걸음과 2시간을 넘는 휴식의 끝 지점에 이른 것이다. 시멘트 도로 입구에는 녹지공원이라는 돌비석이 세워져 있다. 아스팔트 도로는 지경고개보다도 훨씬 넓어 4차선이라 조금은 억울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름도 없는 곳이 더 휘황찬란하니 말이다.

 

땀에 젖은 배낭을 햇빛에 말린다. 온도계는 31도를 나타낸다. 아스팔트가 빚어내는 열기는 얼굴을 붉게 익혀간다. 노창현 선배는 줄곧 사람들이 내려올 곳을 지켜보고 있다. 저러다 바위로 굳어질지도 모른다.

 

무전으로 들리는 후미의 소식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김유선 아줌마께서 배탈이 나셨다는 것이다. 날씨가 너무 더워 찬 것을 많이 드셨나? 어쨌든 무사히 내가 서 있는 곳까지 이르기를 학수고대한다.

 

오후 다섯 시가 되어서야 버스는 부산을 향한다. 허심청이라는 여관에 드니 방을 배정하면서 갈팡질팡이다. 시력이 안좋으신 대장님은 종이를 가까이 들여다보며 고생하신다.

 

에어컨은 작동 소리가 요란하다. 방안에는 냉장고도 없어서 물도 얼릴 수 없다. 여관 주인에게로 내려가지만 일행들이 요구한 양에 비해 냉장고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차례대로 샤워를 마치고 밖으로 나온다.

택시를 두 대에 나누어 타고 그 이름도 유명하다는 동래할매파전에 이른다. 파전과 비빔밥을 시켜 먹는다. 포식의 흥겨움이 길게 이어진다.

 

여관에는 거의 사람들이 비어 있는 듯하다. 근처에 있는 커피 전문점으로 들어가니 모두들 피곤한가 보다. 나른하게 쳐져 있다. 방으로 들어오니 무한한 잠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음냐리~

꼴딱!

(위의 후기는 함께 산행했던 거인산악회 총무님이신 이연숙씨(고인)의 글을 발췌했습니다)

 

 

 금정산성(사적 215호)

 

 

 

 제4망루를 배경으로

 

 

 

 

 

중앙에 솟은 봉우리는 고당봉이다

 

 

 북문(홍예문)의 모습

이곳에 샘, 매점, 금정산성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넓은 공터인데 차량이 세워져 있다

 

 

 금정산 최고봉인 고당봉(801.5m) 정상

 

 

고당봉 정상에서

 

 

 장군봉을 배경으로. 정맥은 오른쪽(계명산)으로 이어진다

 

 

 596.6m봉(방화선따라 힘겹게 올라서서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7.특기사항

①1/50,000 지형도 2매(부산, 양산) / 1/25,000 지형도 2매(동래, 양산)

②교통: 신동아 고속관광버스(김승기 기사)

-동대문→만덕터널: 09:15 소요(서초구민회관4분 / 궁내동톨게이트5분 / 망향휴게소21분 / 추풍령휴게소15분 / 언양휴게소34분 정차 포함)

-남낙마을도로→동래온천: 00:29 소요

③기온: 출발시28도 만덕고개25도 제2망루22도 대륙봉23도 산성고개24도 동문25도 제4망루25도 원효봉25도 북문26도 금정산고당봉27도 계명봉25도 지경고개28도 남낙마을도로31도

 

④답사 산봉우리

No.252 금정산 고당봉(金井山 姑堂峰 801.5m)

-부산광역시 금정구 / 경상남도 양산시 동면 소재

-암봉, 정상석, 금정산성(사적 215호), 금정산 최고봉.

 

No.253 계명봉(鷄鳴峰 601.5m)

-부산광역시 금정구 / 경상남도 양산시 동면 소재

-케언(돌탑), 범어사 조망.

 

No.254 운봉산(534.4m)

-경상남도 양산시 명곡동, 동면 소재

-삼각점, 깃대.

 

⑤1박1무3일 일정으로 거인산악회에 참가하여 만덕고개에서부터 낙동정맥 첫 종주함.

 

8.경 비

①산행회비: 70,000

②식대: 10,000

③부식비: 8,000

④밧데리: 11,000(4,000×2, 3,000×1)

⑤교통비: 1,600

⑥합계: \100,600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