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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챌 서비스 종료, 내 데이터는 어디로?…백업 외엔 방법 없어…데이터 보존법 필요

약초2 2013. 2. 21. 14:36

프리챌 서비스 종료, 내 데이터는 어디로?…백업 외엔 방법 없어…데이터 보존법 필요

 

 

“페이스북이 서비스를 중단한다면요?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페이스북에 의존해 살아온 삶이 벌써 몇 년 됐습니다.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사진이 없어진다면 제 기억의 일부가 송두리째 사라지는 것과 같을 겁니다.” (정부기관에서 ‘페북 마니아’로 통하는 A씨)

 

전 세계 10억명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이 갑자기 서비스 중단을 선언한다면 어떻게 될까. 수많은 페북 마니아들이 ‘멘붕(멘털붕괴)’에 빠질지도 모른다. 조금이라도 자료를 건지고 싶다면? 페이스북에 올린 자료를 백업하는 것 말고는 달리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정해진 기간 내에 자료를 다른 곳으로 옮겨 놓지 못하면 전부를 잃게 된다.

 

실제 이와 비슷한 일이 국내에서 벌어졌다. 지난 1월 중순경 커뮤니티 포털 프리챌(freechal)에 방문한 임수진 씨(가명·32)는 공지사항에 올라온 글을 보고 당황했다. 프리챌이 경기 악화와 재정난 악재를 이유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했기 때문. 지난 10년 넘게 프리챌 메일을 써 왔고 각종 커뮤니티에서 왕성한 활동을 했던 임 씨는 프리챌이 고작 서비스 종료일 30일 전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려온 게 야속하기만 했다. 자료를 백업하는 것도 임 씨의 몫. 앞으로 1달여 안에 이 많은 자료를 개인 PC로 옮겨야 하는데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어서 혹시 좀 더 간편한 다른 방법이 있을까 해 프리챌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어봤지만 신호음만 들릴 뿐 받는 사람이 없었다.

 

야후 블로그를 운영해 온 군인 김정훈 씨(가명·24)는 지난 1월 초 휴가를 나왔다가 충격에 빠졌다. 본인 블로그를 검색했는데 ‘찾을 수 없는 페이지’라고 뜬 것. ‘설마’ 하는 마음으로 야후코리아 홈페이지를 찾았지만 홈페이지마저 종적을 감춰 접속이 불가능했다. 순간 김 씨 뇌리에는 블로그에 수년간 쌓아놓은 정보와 자료 목록이 스쳤다.

 

어렵게 모은 자료들이 다 어디로 간 걸까. 수소문 끝에 야후코리아가 지난해 12월 31일을 끝으로 국내 사업을 철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군 복무 중이었던 김 씨는 미처 그 사실을 알지 못해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못하고 그대로 낭패를 본 셈. 그는 “대학 생활의 전부가 담겨 있을 정도로 많은 기록을 블로그에 올려 놓았는데 갑작스럽게 사라져 허탈감이 크다”고 전했다.

 

 

 

 

 

 

서비스 종료 이후엔 모두 폐기 처분 

 

개인들이 온라인 공간에 저장해 놓은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부터 전문 자료, 사진, 동영상에 이르기까지 각종 콘텐츠가 쉴 새 없이 PC, 스마트폰에서 온라인상으로 업로드된다. 이 같은 자료 중 일부는 개인 정보로 분류돼 관련 법상 보호를 받기도 하지만 나머지는 단순 데이터 취급을 받는다. 따라서 사용자가 개인 사정으로 블로그 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삭제할 경우 데이터는 그 즉시 폐기된다. 서비스 업체 쪽에서 더 이상 보관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데이터를 온전히 복원하려면 계정 삭제 이전에 본인이 자료를 백업해 놓는 수밖에 없다.

 

만약 업체가 서비스를 중단할 경우 개인의 데이터는 어떻게 될까. 이 또한 사용자 본인이 자료를 백업해 놓아야 살릴 수 있다. 업체는 이용 약관에 따라 서비스 중단 이전에 종료 공지를 하는 것만으로 면죄부가 성립된다. 이는 개인 데이터가 개인 정보와 달리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개인 데이터 관리가 업체의 자율적인 운영에 맡겨지면서 업체마다 규정이 제각각이다.

 

지난해 7월 블로그 서비스를 중단한 ‘파란’ 사례를 보자. 파란은 데이터를 백업하거나 이관할 수 있도록 두 달간의 여유를 줬다.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백업 기간이 짧다며 항의를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중 한 이용자는 20년 전 하이텔(파란 전신) 시절부터 자료를 모아뒀는데 일순간에 모든 자료를 날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파란 서비스를 운영해온 KTH가 지난 2007년 하이텔 서비스를 종료할 때는 데이터를 별도로 보관해 이용자가 원할 때 볼 수 있도록 조치했는데 이번에는 이런 호의도 베풀지 않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0월 국내 진출 15년 만에 전격 철수를 발표한 야후코리아도 이용자를 울리긴 매한가지였다. 당초 야후코리아가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블로그 데이터 백업과 다운로드 서비스 기간은 2012년 12월 6일부터 2013년 3월 7일까지였다. 그러나 얼마 후 야후코리아는 별다른 설명 없이 일정을 변경했다. 2012년 11월 28일부터 12월 31일까지로 일자가 당겨졌을 뿐 아니라 기간도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됐다.

 

처음 공지만 믿고 데이터 백업을 미뤄 온 이용자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입었다. 야후코리아가 지난해 12월 31일자로 미국 야후 계정으로 이전 절차를 밟지 않은 이용자의 메일, 첨부파일, 사진 등에 대해서는 전부 삭제를 해버린 것. 이용자들이 항의할 수 있는 창구도 마련해 놓지 않았다. 고객 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야후 서비스가 이뤄지는 국가 사이트를 통해 신청하는 수밖에 없었다.

 

오는 2월 18일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있는 프리챌 또한 이용자 편의는 안중에도 없다. 서비스 종료 30일 전에 공지를 하고 자료 백업 기간도 1개월밖에 제공하지 않는다. 재정난 악화에 따른 갑작스러운 결정이라고 하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일방적인 통보가 기분 좋을 리 없다.

 

한 포털업계 관계자는 “서비스를 중단한 뒤에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이용자들이 데이터를 옮겨갈 수 있도록 다른 저장소로 이전해 놓으면 혼란이 발생하지 않겠지만 업체 입장에선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저장소를 세우고 데이터를 이전·유지·관리하는 모든 게 비용”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난해 12월 야후코리아가 국내에서 사업을 철수하면서 야후 메일과 블로그를 써온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정부, 약관 규제 통해 권리 보호해야

 

문제는 앞으로다. 지금까지는 점유율이 미미한 포털 사이트가 문을 닫았기 때문에 피해를 본 이용자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가입자가 많은 사이트에서 폐쇄 결정을 내릴 경우 그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포털업계에서는 파란, 야후코리아, 프리챌에 이어 그 다음 타자가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려 있다. NHN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는 모두 명단에 올라와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SK컴즈도 예외는 아니다.

 

다음과 SK컴즈는 이용 약관에서 회원의 권리 또는 의무에 관한 중요한 규정의 변경일 경우 최소한 30일 전에 공지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프리챌 사례를 볼 때, 이 규정은 웹사이트가 폐지되는 경우에도 그대로 준용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백업에 필요한 기간이 짧게는 1개월에 그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구태언 테크앤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서비스 종료 시 이용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1개월은 너무 짧다. 이용자가 올려놓은 자료 중에는 저작물로 보호받아야 할 콘텐츠도 많기 때문에 서비스 중단과 함께 일률적으로 폐기한다면 소비자 권리가 침해될 여지가 있다.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약관 규제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윤리과 관계자는 “현행 정보통신망법으로는 규율하기가 어렵다. 개인 정보 활용을 최소화하고 악용을 방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업체들도 이용 목적을 달성하면 폐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앞으로 개인 데이터 보존에 관한 법·제도적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는 얘기에서 일말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정도다.

 

故人의 데이터는 어떻게 관리되나

 

유족이라도 접근 권한 없어

 

웹사이트 폐지와 달리 가입자가 사망한 경우 데이터는 어떻게 될까. 국내 법령에는 고인의 데이터(디지털 유산) 처리와 관련된 규정이 없다. 서비스 업체의 이용 약관에 따른다. 사망자는 개인 정보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족이 고인 데이터를 백업받고 싶거나 삭제하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일부 기업에서는 유족에 한해 고인의 메일 계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불가능하다. 포털 3사 모두 원칙적으로 유족을 포함한 제3자의 접근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

 

우선 NHN은 계정 정보가 일신전속적(당사자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개 게시물에 대해서만 데이터 백업을 제공한다. 다음은 유족이 고인의 비밀번호와 아이디를 물려받을 수 없고 자료 열람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계정 삭제 요청이 있을 경우 사망 사실과 가족관계를 확인한 뒤 삭제해준다. SK컴즈는 고인의 미니홈피가 제3자에 의해 운영되는 경우 폐쇄하는 것이 원칙이나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암묵적으로 인정해주기도 한다.

 

이 같은 포털의 입장은 일견 고인의 프라이버시(privacy)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되지 않지만 고인의 데이터가 재산적 가치가 있을 경우 상속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디지털 유산의 상속 문제는 포털의 자율 규제에 맡기기보다는 법령으로 기본적인 내용은 규율하는 게 타당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 기초한다. 방통위에서도 관련 내용에 대한 법제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 속도는 대단히 느리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93호(13.01.30~02.05 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