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공부/나무 이야기

[한국의 명목] 창덕궁 700년 향나무

약초2 2012. 4. 13. 19:44

[한국의 명목] 창덕궁 700년 향나무 - 천연기념물 194호

 

2010년 9월 2일 새벽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강타한 태풍 곤파스로 천연기념물 제194호 창덕궁 향나무의 주가지가 부러졌다. 현재 전문가들이 나무를 회생시킬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니 간절히 기대해 본다.

 

지난 7월 29일 창덕궁 내 소재하는 4종의 천연기념물 노거수들을 돌아보고 가장 내 마음에 와 닿은 향나무와 몇 시간을 함께하며, 조선왕조 500년을 지켜온 창덕궁 향나무의 여러 모습들을 정성을 다하여 사진으로 담아 간직했다. 이제는 그 용틀임하는 모습을 실물로는 볼 수 없다니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다.

 

향나무(Juniperus chinensis Linneaus)는 측백나무과 향나무 속에 속하는 상록 침엽 교목(喬木)이다. 노송나무라고도 불린다. 한국에서는 중부 이남을 비롯해 경상북도 울릉도와 동해안에 자생하며 일본·중국·몽골에 분포한다.

 

▲ 태풍으로 훼손되기 전의 창덕궁 향나무.

 

창덕궁 향나무는 정문인 돈화문을 들어서면, 역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학자나무’라 불리는 회화나무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북쪽으로 난 길을 따라 대보단 방향으로 150m쯤에 서 있다. 정조임금이 선대 임금들의 유훈을 보관하려고 지은 봉모당(奉謨堂), 왕실의 서고인 소유재(小酉齋) 사이의 잔디밭 왼쪽 끝 길가다.

 

창덕궁은 정궁인 경복궁의 동쪽에 있다 하여 동궐이라고도 한다. 임진왜란 때 조선의 궁궐이 모두 불타버리자 왕실은 경복궁을 폐허로 버려두고 창덕궁만을 재건해 정궁으로 사용했다. 파란만장한 조선왕조의 영욕을 500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지켜본 생명체가 바로 천연기념물 194호 창덕궁 향나무다.

 

이 향나무는 수고 약 9.5m, 흉고 직경 190cm, 근원(根源) 직경 172cm 정도이며, 수관폭(樹冠幅)은 동쪽 5.5m, 서쪽 7.5m, 남쪽 2m, 북쪽 3.5m에 달하는 거대한 분재 모양을 띠고 있다. 이 향나무는 나이가 약 700년으로 추정되는 노목으로서 용틀임하는 줄기는 진기한 형상을 보여준다. 높이 70cm에서 한 가지가 갈라져 서쪽으로 뻗어 있다. 이 가지는 심재(心材)가 썩고 변재(邊材)만 살아 중간 중간 구멍이 뚫려 있다.

 

▲ 조선왕조의 영욕을 지켜본 창덕궁 향나무.

 

3.5m 높이에서 남동쪽으로 나온 가지는 낮게 50cm까지 드리워져 3.5m가량 뻗어 있다. 2m 높이에서 동쪽으로 뻗은 가지는 3.8m에 달하는데 땅바닥에 드리워져 죽어 있으며, 3.5m 높이에서 2m 높이까지 내려 뻗은 가지가 같은 방향으로 자란 것이 싱싱하게 잎을 달고 있다. 원줄기는 3.5m 높이에서 동쪽으로 굽이 틀어 서쪽으로 뻗어 1.8m 높이까지 낮게 내려오다 다시 위로 솟구쳐 자라 수관 정상부에 이른다.

 

700살이라는 수령은, 자라는 속도가 매우 느린 향나무이니 당시 가느다란 어린 나무를 심지는 않았을 것이고, 적어도 제법 굵은 100여 년짜리를 옮겼다고 가정해 계산한 것이다. 나무가 태어났을 고려 말부터 편치 않은 세상을 살아 온 탓인지 모양새는 세월의 풍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우선 그는 키 자람부터 조심스럽다. 196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당시의 키가 6m 남짓으로, 700여 년 동안 자란 모두가 이 정도다. 1년에 1㎝도 자라지 않았다.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껏 몸을 낮춘 셈이다. 1824~1828년 사이에 도화서(圖畵署)에서 만든 것으로 짐작되는 동궐도에도 이 나무가 그려져 있다. 6개의 받침목이 동서 긴 타원형으로 뻗은 가지들을 지탱하고 있는 모습이 단아해 보인다. 현재처럼 위로 솟구친 가지는 없고 옆으로만 펼쳐져 있다.

 

향나무는 바로 향(香)의 재료로 사람들이 언제나 눈독을 들이는 나무다. 어디선가 뽑혀서 이곳으로 이사왔을 당시만 해도, 별궁의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으니 그리 신경쓰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임진왜란 때 경복궁이 불타버린 후 임금이 옮겨오면서 궁궐에 사람이 많아지자 사정이 달라진다.

 

▲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힘을 보이는 창덕궁 향나무의 가지.

 

궁궐에서 살아간다고 생명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임금님은 물론 신하들의 눈에라도 들어 “종묘에 제향(祭享)하는 향으로 쓰옵소서”하면 순간에 잘려나간다. 그래서 몸체인 줄기를 용틀임을 하듯이 뒤틀고 동서로 난 2개의 큰 가지도 옆으로 길게 뻗어 서쪽 가지는 거의 땅에 닿을 듯이 해놓았다. 향을 만드는 나무로 보아주지 말고 바깥 모양으로 예쁘게 보아달라는 주문일 것이다. 아울러 사람들이 탐내는 속살은 아예 썩혀 없애버리고 가운데를 텅 비게 했다. 덕분에 궁궐 안에서 역사란 이름의 소용돌이가 아무리 거세어도 살아 남을 수 있었다.

 

경북대학교 박상진 명예교수는“대한민국 천연기념물이라는 영예로운 타이틀까지 가지고 특별 대우를 받으며, 하늘이 내리신 수명(樹命)을 다할 때까지 조선왕조 500년의 산 증인으로서 여생이 보장된 행복한 나무”로 소개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번 곤파스 태풍에 크게 훼손되어 원래의 제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으니. 조상들이 물려준 역사 유물은 물론이고 천연기념물 등이 각종 재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더욱 근원적인 대책을 세워 후세에 고스란히 물려주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의무가 아닌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문화재청 및 경북대학교 박상진 명예교수 자료 인용).

 

종목 : 천연기념물 제194호

명칭 : 창덕궁 향나무(昌德宮 향나무)

분류 : 자연유산 / 천연기념물 / 문화역사기념물 / 기념

수량/면적 : 314㎡(보호구역)

지정(등록)일 : 1968.03.04

소재지 : 서울 종로구 와룡동 2-71 창덕궁

소유자(소유단체) : 국유

관리자(관리단체) : 창덕궁관리소

 

/ 글·사진 홍우표 전 대구은행 부행장(hongwp@dgb.co.kr) 2010년 10월 18일 입력.

http://www.koreantree.com/jboard/?code=story&id=633&p=detail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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