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성효심 정수사진대전 초대작가
여름부터 가을까지 거대한 ‘꽃산’ 이룬 듯… 800년 전 심은 나무의 후계목 일곱 그루
부산진구 양정동의 배롱나무는 약 800년 전 고려 중엽 때 안일호장을 지낸 동래정씨 시조 정문도 공의 묘소 앞에 심은 것이다. 배롱나무 2그루를 동서 양쪽에 심었는데, 오래되어 원줄기는 죽고 주변 가지들이 새롭게 자라 살아남았다. 이 나무는 배롱나무로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천연기념물 168호).
▲ 꽃이 피면 꽃동산을 이루는 수령 800년 된 배롱나무의 후손들
배롱나무는 오래 되면 원줄기 옆에서 가지가 돋아나면서 그곳에 세력이 붙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레 원줄기에는 힘이 자꾸 떨어지게 되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원줄기 힘을 유지해 주기 위해서는 새로 난 줄기를 잘라 없애 주어야 한다.
양정동 배롱나무에 새로 돋아난 줄기의 나이는 대체로 200~300년으로 추정한다. 동쪽에 4그루가 모여 자라고 있는데 가슴높이 둘레가 60~90cm, 높이는 약 7m, 가지뻗음은 남북 13m, 동서 12m 정도다.
▲ 동쪽 4그루의 배롱나무. 수령 200~300년 된 후계목이다.
서쪽에는 3그루가 모여 있는데 둘레와 높이는 비슷하다. 남북 8m, 동서 11m로 가지가 뻗어 있다. 7월부터 피기 시작한 꽃은 100일 동안 핀다고 해서 백일홍(百日紅)이라고 잘 알려져 있다. 거대한 꽃산을 만들어 장관을 이루며 꽃 색깔은 모두 분홍색이다.
이 배롱나무는 조상을 기리고 자손들의 부귀영화를 기원하는 뜻이 담긴 나무로서 문화적 가치도 큰 나무다. 백일홍은 붉은색 꽃과 홍색을 약간 띤 흰색 꽃 2종류가 있다. 오랫동안 꽃이 피고 지기 때문에 잎이 단풍이 들 때까지 꽃피는 경우가 있고, 이때는 단풍과 꽃이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 꽃이 100일 동안 핀다고 하여 백일홍(百日紅)이라고 한다.
나무를 잘 타는 원숭이도 배롱나무에는 오르내리지 못한다. 줄기의 표피가 매끄러워 미끄러지기 때문이다.
찾아가는 길 부산진역에서 양정역으로 간 다음 택시 이용. 기본요금 거리에 화지공원이있고, 이 공원 안의 동래정씨 시조묘 옆에 서 있다.
소재지 부산시 부산진구 양정동 산73-28.
[월간 산 501호. 2011년 7월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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