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공부/나무 이야기

[한국의 명목] 부산 수영 푸조나무

약초2 2011. 8. 29. 15:11

[한국의 명목] 부산 수영 푸조나무

글·사진 전창욱 사광회 회장

 

사람들 떠난 옛 성터 지키며 500년
둘로 갈라지며 자라나‘노부부목’이라 부르기도

 

부산 수영동의 푸조나무는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 311호로 지정된 나무다. 현재 나무가 자라고 있는 곳의 옛 이름이 좌수영성지로, 지금은 수영사적공원이다.

 

 

좌수영성지는 경상도 동쪽 바다를 지키는 경상좌도의 수군절도사가 머무른 좌수영성이 있던 곳으로 성벽의 흔적과 성문만 남아 있다. 처음 성을 쌓은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고 현재a의 성곽은 숙종18년(1692년)에 다시 쌓았다고 추측할 뿐이다. 수영 푸조나무는 사람들이 모두 떠난 이 옛 성터를 지키며 살아남은 나무로 나이가 약 500살이 되었다. 현재 나무의 나이를 감안할 때 이 자리에 성을 다시 쌓았던 임진왜란 이후에 이 나무를 심은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푸조나무는 해안지방에서는 느티나무나 팽나무처럼 정자나무로 심어 키우기 때문에 흔히 볼 수 있다. 나무의 이름을 보면 외국의 나무가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엄연한 우리의 토종나무다. 특히 바닷바람을 잘 견뎌내 바닷가의 방풍림으로도 많이 심었다.

 

 

수영공원의 푸조나무는 마을의 당산목(堂山木)으로서 신이 깃든 지신목(地神木)이라고도 부른다. 뿌리 부분에서 둘로 갈라져 솟아올라서 마치 두 그루의 나무가 비스듬히 서서 정담을 나누는 듯한 모습이다. 두 그루의 나무가 연리목처럼 붙어 자라서, 북쪽 것은 할아버지, 남쪽 것은 할머니 나무라 하여 노부부목이라 부르기도 한다.

푸조나무는 느릅나무과에 속하며 잎은 어긋나며 둥글고 길쭉한 모양이며 가장자리에는 뾰족한 톱니가 있다. 나무의 껍질은 거북이 등보다 단단하고 거칠다. 줄기의 껍질은 회색을 띤 갈색이며 꽃은 5월경에 피고 가을에 열리는 열매는 달기 때문에 아이들이 많이 먹었다고 한다. 지금은 비둘기들의 좋은 먹이가 되고 있다.

 

부산 수영공원의 푸조나무는 온갖 비바람을 맞으며 홀로 꿋꿋하게 자라왔건만 지금은 온통 시멘트와 혼숙을 하고 있다. 푸조나무 이웃에는 일제시대 때 왜병에게 항거한 정신을 기리기 위한 송씨 할매당이 있다. 이곳에서 당산제를 지낼 때 이 나무에도 제를 지내며 50m 떨어진 곳에 천연기념물 제 270호 곰솔나무 2그루가 서로 의지하며 자라고 있다.

[월간 산 500호(2011.06)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