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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명목] 고창 수동리 팽나무

약초2 2011. 8. 29. 15:34

[한국의 명목] 고창 수동리 팽나무

사진·글 전창욱 사광회회장·한국사협회원

 

수령 400년·흉고둘레 6.56m·폭 26m
그 옛날, 배도 묶어두었던 마을 지킴이

 

전북 고창 수동리 팽나무는 2008년 4월 천연기념물 제494호로 지정된 수령 약 400년의 고목이다. 가슴높이 둘레 6.56m이고 나무 높이는 12m, 나무의 수관(폭)은 동서가 22.7m, 남북이 26m인 거대한 노거수다. 매년 8월 보름이 되면 마을의 당산제와 함께 줄다리기 등 민속놀이를 하면서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던 마을의 당산목이다.


 

▲ 신록이 돋은 수동리 팽나무. 수형이 매우 아름답다.

 

 

옛날 고창 일원에 간척사업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무가 서 있는 언덕 아래까지 서해의 바닷물이 들어왔다고 한다. 팽나무가 있는 언덕은 이 마을의 부두 역할을 했으며 배들을 이 나무에 묶어두기도 했다고 한다. 오랫동안 대동마을과 함께해 온 역사성이 깊은 나무이다.

 

수동리 팽나무는 수형이 무척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크기와 모양이 우리나라 팽나무 중에서도 대표할 만한 나무임에는 틀림이 없다. 수동리 팽나무는 나무의 몸통이 울퉁불퉁하게 뒤틀려 있으며 팽나무 특유의 역동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 둘레 6.5m가 넘는 줄기로 강인한 생명력을 뽐내는 수동리 팽나무

 

팽나무는 느릅나무과에 속하는 낙엽활목교목으로 남부지방에서는 폭나무, 포구나무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수형이 아름답고 퍼짐이 좋은 나무의 특성상 옛날부터 풍수지리설에 따른 비보림(裨補林)이나 방풍림(防風林)으로 많이 심었다.

 

팽나무는 나무들 중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매우 어려운 환경에서도 잘 견디어 내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다른 나무들이 살 수 없는 염분이 많은 해안가나 비탈진 언덕, 암석으로 이루어진 척박한 토양 등에서도 뿌리를 잘 내리고 사는 아주 강인한 나무다. 또한 팽나무는 특유의 울퉁불퉁한 줄기가 사람의 잘 다듬어진 근육질몸매와 비슷하며 넓게 펼쳐진 수형 덕분에 시골 마을의 정자목으로 많이 심어졌다.

 

팽나무는 온대 남부지방에서 자라며 산기슭이나 골짜기에서도 잘 자란다.나무껍질은 회색이거나 흑회색이며 갈라지지 않고 나무줄기에는 이끼가 많이 낀다. 수령이 오래될수록 몸통은 울퉁불퉁하고 어린 가지에는 잔털이 빽빽하게 난다.

 

잎은 어긋나고 끝이 뾰족한 달걀 모양이며 길이는 4~11cm다. 꽃은 4~5월에 꽃잎이 없이 아주 작게 핀다. 콩알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열매가 초록색으로 열렸다가 가을에 등황색으로 익는다. 열매는 살이 많지 않아도 맛이 달아, 따서 먹거나 기름을 짜기도 한다. 나무의 가지는 한약재로 쓰이기도 하는데 피를 잘 돌게 하고 요통이나 관절염 습진 종기 등에 효염이 있다.

 

팽나무의 목재는 단단하고 잘 갈라지지 않아서 가구를 만들거나 집을 짓는데도 사용한다. 우리가 즐겨먹는 팽이버섯은 팽나무의 고목에서 자란다. 어린 시절 초여름 작은 대나무 대롱의 아래와 위에 초록색 팽나무 열매를 한 알씩 밀어넣고 대나무 꼬챙이를 꽂아 탁 쳐서 아래쪽의 팽나무 열매가 멀리 날아가게 하는 놀이를 했다. 이것을 팽총이라고 했는데, 이때 팽하고 날아가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이름이 팽나무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 서설을 인 수동리 팽나무. 줄기의 입체감이 한결 두드러져 보인다.

 

[월간 산 2011.05월호(499호)에서 발췌]